"탄핵에 수사 마비" 중앙지검장 가처분 신청낼 듯

• 전국 최대 검찰청 첫 직대 체제… 헌재 재판까지는 8~9개월 걸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5일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이 지검장의 업무는 박승환 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대신 맡게 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수장 탄핵으로 공백 사태를 맞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지검장과 함께 이날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도 직무가 정지됐다. 조 차장검사의 업무는 공봉숙 2차장검사와 이성식 3차장검사가 분담하고, 최 부장검사 업무는 이승학 반부패3부장검사가 대행한다. 이 지검장을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3명에 대한 탄핵 사유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중앙지검 간부들과 TV로 탄핵 소추안 가결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이후 차장·부장검사 전원을 불러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또 이 자리에서 “내 판단으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 돼 조 차장과 최 부장 등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탄핵 심판에 잘 대응해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 등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기각 결정을 내려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앞서 탄핵 소추된 안동완·이정섭 검사의 경우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8~9개월이 걸렸다. 이에 이 지검장은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 정지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헌재에 낼 예정이다. 만약 헌재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이 지검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탄핵 소추권 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체계가 무너짐으로 인해 주요 현안 사건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건강·재산 관련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 마비도 매우 우려된다”며 “직무대행 체제에서 수사·재판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중앙지검 1·2·3차장검사 모두 사법연수원 동기(32기)라서 현실적으로 수사 지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등 4차장검사가 총괄하던 반부패부 수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심우정 검찰총장도 이날 “굉장히 엄중한 시기에 탄핵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생 범죄 대응에 공백이 없도록 지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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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헌 기자 b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