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아기'가 건강한 사회인으로…국내 첫 생체 간 이식 주인공, 30살 맞았다

• 생후 9개월 때 서울아산병원서
  아버지 간 일부 이식받은 이지원씨

1994년 12월 8일 생후 9개월 아기의 간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간 바깥의 담관이 막혀 담즙이 나오지 않는 병인 선천성 담관 폐쇄증 환자였다. 아기는 아버지의 간 4분의 1을 이식받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순간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16일 국내 첫 생체 간 이식을 받은 이지원(30)씨가 최근 건강하게 간 이식 30주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의료관리학을 전공한 이씨는 현재 민간 보험사에서 보험 심사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씨 간 이식 이후로 현재까지 총 7392명(성인 7032명, 소아 360명)에게 생체 간 이식을 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다 기록이다.

생체 간 이식은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뇌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 손상 위험도 적다. 그러나 뇌사자 간 이식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위험이 클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간 이식 수술의 85%를 생체 간 이식으로 시행해왔다. 최근 5년간 시행한 생체 간 이식은 연평균 400회다.


서울아산병원의 전체(생체·뇌사자) 간 이식 생존율은 1년 기준 98%, 3년 90%, 10년 89%다. 우리나라보다 간 이식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와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의 간 이식 생존율(1년 평균 92%)보다 높다. 서울아산병원이 2012~2020년 시행한 소아 생체 간 이식의 경우 생존율이 1년 100%, 5년 98.6%에 달했다.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생체·뇌사자 도합 세계 최다인 8500회 이상 간 이식 수술을 집도한 세계적 대가다. 이 교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고자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뭉친 간 이식팀 의료진과 수술 이후 눈부신 생명력을 보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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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