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화재' 부천 호텔 건물주 "3년전부터 운영 관여 안해"

화재 직후 경보기 끈 매니저 등 공범 3명은 대체로 혐의 인정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 8월 경기 부천 호텔에서 투숙객 7명이 숨진 화재 사고와 관련해 평소 안전 관리를 하지 않은 건물주가 3년 전부터 호텔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건물주 A(66)씨의 변호인은 1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6단독 임한아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2020년 말까지 호텔 건물 소유주였고 사업자였던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2021년부터는 호텔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재 당시에는 호텔 관계자나 실질적인 사업자가 아니어서 건축물 관리법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며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호텔 매니저 B(36)씨 등 공범 3명은 대체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의 변호인은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먼저 끄기로 공모하진 않았다"며 "방화문인 객실 출입문이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되지 않았다는 공소 내용도 객관적인 사실과 달라 부인한다"고 말했다.

화재 피해자 측 변호인은 발언권을 얻은 뒤 "오늘 법정에 (사망한 가족의) 영정 사진까지 들고 온 유족도 있다"며 "법정에 들어오기 전 '만약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용서를 구하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주요 주의의무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을 보면서 당황스럽다"며 "유족들은 가족이 어떻게 숨졌는지 진상이 규명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 등 4명은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 호텔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객실 화재로 투숙객 7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호텔 7층 810호 객실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전기적인 원인으로 처음 불이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2004년 준공된 이 호텔을 2017년 5월 인수한 A씨는 1년 뒤 모든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체 배선을 바꾸지 않고 기존 전선을 계속 쓴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불이 난 객실을 확인하지 않고 화재경보기를 2분 동안 임의로 껐다가 다시 켠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호텔 공동 운영자인 소방 안전관리자는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고, 소방 계획서도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son@yna.co.kr

(끝)

[이 시각 많이 본 기사]

☞ '계엄지휘관' 모두 구속한 검찰…'계엄의 시작' 집중 추궁

☞ 野보고서, '한동훈 암살조' 김어준 주장에 "상당한 허구 가미"

☞ 이역만리서 마주친 드론에 북한군 떼죽음…연일 최전선 투입

☞ '아이유가 곡 표절' 가짜 고발에…3천만원 배상판결 '철퇴'

☞ '297억' 이명희 회장 한남동 집, 10년 연속 단독주택 공시가 1위

☞ 부자되기 '바늘구멍' 되고나면 '철옹성'…연간 계층상승 18%뿐

☞ 연인 부모에 흉기 휘둘러, 1명 사망…40대 긴급체포

☞ '형제는 무모했다' 동생이 형 사고책임 허위자백…잡아낸 검사

☞ 마스터키로 객실 들어가 투숙객 성폭행 호텔 직원 징역 6년→7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