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 팔꿈치 수술 2.7배 폭증…스포츠 과학 발전의 역설 [춘추 MLB]

과학기술의 발전이 투수 부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스포츠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투수 부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MLB 사무국이 18일(한국시간) 발표한 62페이지 분량의 투수 부상 연구보고서는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한 훈련 방식이 투수들의 구속과 구위는 향상시켰지만, 동시에 부상 위험도 높였다고 진단했다. 현대 야구에서 나타나는 '과학 발전의 역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란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수술) 건수가 2010년 104건에서 2024년 281건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특히 스프링캠프와 개막 직후 부상자가 급증해 최근 2년간 시즌 초반 부상은 이전 5년 평균 대비 70% 이상 늘었다. 이는 비시즌 훈련 방식의 변화가 투수 부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속 상승 추세가 이러한 부상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MLB 투수들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2008년 91.3마일(시속 146.6km)에서 2024년 94.2마일(시속 151.6km)로 2.9마일(시속 5km) 상승했다. 시속 100마일(160.9km) 이상 강속구는 같은 기간 214구에서 3,880구로 18배 이상 급증했다.

앤디 맥컬로 디 애슬레틱 기자는 "구속과 회전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현대 야구의 트렌드가 투수들을 최대 강도의 투구로 내몰았다"며 "에지트로닉 카메라, 랩소도, 트랙맨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투구 최적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이 투수들의 훈련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투수들이 불펜 피칭에서도 실전과 비슷한 강도로 투구하면서, 신체가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 파산 ESPN 기자는 "현대 야구에서는 구속과 회전수가 투수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면서, 선수들이 비시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구위 향상을 위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는 시즌 초반 부상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추세가 유소년 야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퍼펙트게임 쇼케이스'에서 95마일(시속 152.9km) 이상을 던진 고교 투수는 2014년 5명에서 2024년 36명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어린 선수들의 장기적인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MLB 사무국은 "현재의 시스템이 투수들에게 '극한의 전력 투구'를 요구하면서 부상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선수 보호를 위한 규정 변경과 아마추어 야구 훈련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200여 명의 현장 전문가, 의료진, 전직 선수, 지도자 등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향후 비시즌 훈련 프로그램과 시즌 초반 투수 운영 방식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MLB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로스터 투수 등록 제한, 마이너리그 선수 운영 규정 변경, 유소년 야구 가이드라인 강화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선발투수 5이닝 의무화' 등의 아이디어에 대해선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외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면 해당 팀이 더 이상 지명타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더블 후크' 제도, 스위퍼 구종 금지, 선발투수의 6이닝 이상 투구 시 추가 선수교체 기회를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opyright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