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계부 성폭행에 숨진 중학생…유족, 국가 손해배상 소송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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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3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화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양과 B양을 추모하는 헌화가 놓여있다./사진=뉴시스

동일한 남성으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중학생 2명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19일 청주지법 민사5단독 노승욱 판사는 피해자 A양 유족이 대한민국과 청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주시 공무원이 방문 조사할 당시 A양 친구이자 가해자 의붓딸인 B양은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분리 조치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며 "분리를 원하면 가능하다고 고지한 점 등을 보면 공무원 수행과 직무 방법이 위법하거나 현저히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 나이와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으로서 아동학대처벌법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체포·구속영장 반려 적법성에 대해서는 "경찰의 첫 구속영장 신청 당시 조사가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B양이 진술을 번복한 점이 있었다"며 "검사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대신 (정신과) 진료 기록을 요청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며 원고의 부실수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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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한 A양의 유서가 최초 공개됐다. 사진은 2021년 8월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유족들이 A양 유서를 공개하는 모습./사진=뉴시스

A양과 B양은 중학생이던 2021년 5월12일 오후 5시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22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A양은 2021년 1월 B양 집에 갔다가 잠든 사이에 B양 의붓아버지 C씨(57)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B양도 C씨에게 성추행과 유사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유서에서 "엄마, 아빠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나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었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한다. 이 일이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한 달 뒤 피해자 고소를 받고 C씨에 대한 체포영장(1회)과 구속영장(3회)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반려됐다.

C씨는 A양과 B양이 숨진 뒤에서야 구속돼 청소년성보호법(강간) 등 위반죄로 징역 2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C씨 아내이자 B양 친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A양 유족은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증거를 찾아 법원에 제출하는 등 부실수사 문제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검찰의 영장 반려와 청주시의 분리조치 소홀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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