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가 합쳐 올림픽金 31개…정의선 양궁협회장 6연임

• 만장일치로 제14대 회장에 당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일 만장일치로 제14대 대한양궁협회장으로 뽑혀 2005년 이후 6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40년간 10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31개를 일궈낸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父子)가 2029년까지 4년 더 한국 양궁을 이끌게 됐다. 정 회장의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4연임했다. 한 기업에서 40년 가까이 단일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代)를 이은 현대차의 지원 속에 한국 양궁은 40년간 세계 무대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올해 파리올림픽까지 여자 대표팀은 10연패(連覇)를 달성했다. 파리올림픽에선 사상 첫 전 종목(5개) 금메달을 석권하는 등 10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7개를 휩쓸었다. 김수녕, 윤미진, 박성현, 기보배, 김우진, 임시현 등 남녀 ‘신궁(神弓)’들이 줄줄이 배출됐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회원 종목 단체 임원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종목 발전에 대한 기여가 명확하면 추가 연임이 가능하다. 대한양궁협회는 “정 회장이 그동안 축적한 양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 양궁을 지속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해 재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R&D(연구·개발) 기술을 접목해 한국 양궁의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훈련용 인공지능(AI) 슈팅 로봇을 개발하고, 실전 대비를 위한 심박수 측정 장치, 개인 맞춤형 활 그립 등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왔다.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에 앞서 실제 경기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연습할 수 있게 했다.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하고,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양궁 장비를 무상 지원하는 등 꿈나무 육성과 양궁 대중화에도 힘썼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마련한 기반 위에 경기장 밖에서도 한국 양궁의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협회 행정이 대표적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정의선 회장 재임 중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의 압도적인 성과도 놀랍지만, 선수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서 한 번의 잡음도 없었던 게 더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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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기자 ykw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