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 공급 부족에…서울 아파트 월세 고공 행진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오름폭이 연립·다세대(빌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현재 107.89로 3년5개월 전인 2021년 6월(100.0) 대비 7.9% 상승했다. 또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는 11월 기준 104.87로 같은 기간 4.9% 올랐다. 전반적으로 서울 공동주택의 월세가격이 3년 이상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으나 아파트의 월세 상승폭이 연립·다세대에 견줘 갑절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월간 지수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올해 2월(105.73) 이후 9개월 연속 올랐다. 또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2월(100.84)부터 22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연립·다세대의 월세가격이 최근 2년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해 임차인들의 전세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11월 주택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1월 서울의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7%로, 지난 2022년(1~11월)의 57.3%보다 11.6% 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의 월세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다세대·연립 임대 수요층의 소형 아파트 이동 현상과 함께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한 최근 매매·전세시장 침체 현상이 수요자들의 선택지를 줄이면서 ‘반전세’(보증부 월세) 증가로 이어지는 등 월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 부진 우려, 집값 불확실성 등으로 당분간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집을 사지 않고 임대차로 눌러앉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월세 가격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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