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초봉 10% 더"…인재 잡으려는 일본, 도미노 임금인상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올해 신입사원 임금을 10% 올리기로 했다. 모처럼의 물가 상승 시기에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인재 확보를 위한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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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8일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올해 3월부터 신입사원의 초임을 월 33만엔(약 303만6000원)으로 종전 대비 3만엔(약 27만60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입사 1~2년차에 맡게 되는 신임 점장의 월급도 41만엔으로 2만엔 인상하기로 했다. 연봉 기준으론 약 5% 증가해 730만엔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루 전엔 일본 2대 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내년 4월 입사할 대졸자 초임을 종전 25만5000엔에서 30만엔으로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인상폭은 18%에 달한다. 일본 대형 은행 가운데 대졸자 초임을 30만엔대로 높이는 건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처음이다. 일본 대형 은행들은 2020년대 초반까지 10년 넘게 20만5000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공격적인 임금 인상에 나선 건 종합상사나 컨설팅회사 등과 인재 유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 종합상사나 부동산 회사등은 대졸 신입 사원에 30만엔대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초임으론 인재 영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다른 대형은행들의 임금 인상이 뒤따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닛케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연구원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 상황에서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동기부여가 된 인재를 확보하려면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2023년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중소기업 도산이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할 정도로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 종합 건설회사 '빅5'에 속하는 다이세이건설은 지난달 대졸자 종합직의 초임을 월 2만엔 인상한 30만엔으로 제시하며 4년 연속 임금 인상을 발표하는 한편 인력 부족에 대응해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압박하자 임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에 따르면 지난해 봄철 노사 임금협상(춘투)을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로 3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와 임금이 동반 상승하자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고 0.2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렌고는 올해에도 5%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단 방침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경제를 뒷받침하려면 임금 인상이 바탕이 돼야 한단 입장이다. 실질임금 감소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각 지지율은 더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202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6~7월 반짝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8월부터 3개월째 다시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선 상황이다.


올해에도 임금 인상이 확산한다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2월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해 임금 인상 동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여파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은행이 2~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UBS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을 1월, 7월, 12월로 지목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두 차례로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LI리서치의 우에노 쓰요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월을 포함해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도, 첫 인상이 트럼프 취임 뒤인 3월이나 4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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