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심혈관질환 환자 증가
교감신경계 활성화→혈압 상승→심장 부담
“체온 유지·생활 습관 중요”
교감신경계 활성화→혈압 상승→심장 부담
“체온 유지·생활 습관 중요”
서울 전역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옷차림을 한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기온에 따라 우리 몸에도 여러 반응이 일어나는데, 추워지면 혈관에 변화가 생겨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겨울철에는 응급실로 오는 심혈관질환 환자도 증가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10일 “겨울철 차가운 날씨와 실내외 큰 온도 차로 인해 급격한 온도 변화가 심장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찬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서 우리 몸에 교감신경이 자극되고,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증가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낮은 온도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소변량이 증가하고 혈액의 수분이 빠지면서 혈액의 농도가 끈적하게 농축돼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외에도 찬 공기로 인해 신체에 호르몬이 자극되면서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 인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겨울철에는 특히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혈관이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서서히 막히는 질환이 ‘협심증’이다. 갑작스럽게 막히면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비슷해 보이지만 증상은 다소 다르다.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는 증상이 악화하는 반면, 쉬거나 누워있을 때는 증상이 호전된다. 그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은 움직임이나 태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증상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관상동맥질환의 대표 증상이 ‘흉통’이다. 콕콕 찌르는 증상과는 다르게 묵직하고 짓누르는 듯한 공포감까지 느껴질 정도의 통증이 발생한다. 쥐어짜듯 아프다고 표현하는 환자도 있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혈전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관상동맥이 막히기 때문에 자는 도중에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이고 30분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 박 교수는 “응급 상황이므로 무조건 119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가 모이는 방(房)인 심방이 빠르게 부르르 떨리는 ‘심방세동’도 겨울철 발병 위험도가 큰 질환이다. 이대인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추운 날씨가 심방세동 위험도 높인다”며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0℃ 하강할 때마다 심방세동 발병률이 20%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의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어지러움, 실신, 흉통, 호흡곤란 등이다. 이는 뇌졸중(중풍) 발생 위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 교수는 “하루 한 잔의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위험이 16% 증가한다”며 “겨울철 송년회와 신년회에 음주 기회가 많아지는데 저온 노출이 더해져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소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잇몸병을 방치하는 것도 심혈관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잇몸병을 방치하면 구강 내 염증성 인자와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혈관에 손상을 일으키고, 손상된 혈관은 치유 과정에서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는 잇몸병과 심혈관질환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평균 연령 62세인 1587명을 대상으로 6.2년간 추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잇몸을 가진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사망 확률이 49% 높았다. 잇몸병 증상이 심각할수록 심혈관질환 발병 확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덕 대한구강보건협회 회장은 “잇몸 건강은 전신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식후 1분 이내, 최소 2분 이상 양치하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3번 이상 양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의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에 한국심장학회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십계명’을 발표했다. ▲반드시 금연하기 ▲적절한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기 ▲염분, 단순당, 동물성 적색육류, 트랜스지방 섭취 제한하기 ▲등푸른생선과 견과류 섭취하기 ▲과음하지 않기 ▲충분하게 숙면하고 가족, 친구와 좋은 관계 유지하기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공해를 피하기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하기 등이다.
건강기능식품 ‘오메가3 지방산’과 일반 식품 ‘크릴오일’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박창범 교수는 “아직 오메가3 지방산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며 “오메가3를 먹어도 건강에 나쁘다는 증거도 없으니 원한다면 오메가3 지방산을 드시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크릴오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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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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