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반에 소개팅으로 만났다가 연락 끊긴 오빠였어요
첫 인상이 안좋았던 것도 아닌데 그냥 뭔가 한번 만난 이후 몇번 연락하다가 타이밍이 안맞아 끊긴 사이였는데 30초반에 먼저 연락이 와서 몇 번 만나다보니 사귀게 된 사이입니다. 저보다 2살 연상으로 30중반이고, 중소기업 다니고 있어요. 제가 소개팅 했던 그때도 어딘가에서 알바하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던 그 나이까지 일을 2개월 이상 쉰적이 없다해서 그 성실성이 너무 좋았어요. 돈을 많이 못번다 한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성실하면 그래도 애들은 안 굶기겠구나, 도박은 안하겠구나 그런 기대감이요. 저도 아예 맨땅에 헤딩해도 되는 직종이 아니라 경력이 중요한 직종이라 일을 그만 둘 생각 전혀 없는데 그걸 이해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다시 만날때부터 호감이었고 큰 탈 없이 연애를 이어가다가 지난주 토요일에 갑작스럽게 프로포즈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럽게는 진짜.. 결혼에 대해 아무 얘기도 없었거든요 우리가 뭐 집을 얘기한 것도 아니고 상견례를 한것도 아닌 상황이라 정말 말그대로 갑작스러웠어요. 그래도 저도 결혼생각이 없던건 아니어서 토요일에 한바탕 울고.. 일요일에 식장부터 집까지 대충 견적을 잡는데 남자친구, 평소에는 의견도 잘 내놓고 했는데 뭔가 의기소침한 모습이어서 혹시 뭐 걸리는 부분이 있냐 물어봤어요 저는 아이나 이런 문제라 말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많이 못모았대요. 저도 그리 많이 모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억 중후반대는 모은 상태라(아직 독립 안해서... ㅠㅠ) 제가 커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숨쉬고는 말하는 금액이 4천.. 조금 넘는다네요 전세자금 빼면 얼마냐 물었더니 아버지가 급전이 필요해서 전세에서 월세로 돌렸다하구요.. 그러면서 얘기하는데.. 남의집 이야기라 말하기 어렵지만 총체적난국이네요 어릴때 이혼하셔서 아빠가 오빠 형제 둘을 키웠는데 그 보답으로 오빠랑 형제가 매월 100씩 보내왔고.. 결혼해도 그 금액은 계속 보내야 아빠 생계 유지가 가능하시고.. 일 다니신다 하셨는데 허리가 많이 안좋으셔서 국가 노후 사업? 아무튼 그런걸로 월 50 좀 못버신대요 그 와중에 기존 아버님이 사시던 전세집 가격이 올라서 그거 보태느라 자기 전세 집 빼고 월세로 돌린거고.. 최근에는 동생이 파주에 자가집을 마련했는데 회사 통근하라고 차를 선물해줘서 돈이 3천가량 더 빠졌다하고요 평소에도 가족에 대해 되게 친근하고 뭔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라는 건 알긴 했거든요 아버님 혼자 사신다는 것도 알았고 두 형제를 키웠다는 것도, 존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는데... 그냥 자랑처럼 듣기만 해서 되게 좋은 가족이구나 생각했지 이런 속사정이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그래서 결혼식 돈도 돈인데 만약 하게되면 앞으로 어쩔건지 물어보니 자기는 신혼은 즐기고싶은데 아빠 노후는 계속 챙겨드리고싶다 하길래, 그 챙겨준다는 선이 어디까진지 물어봤어요. 최소 요양병원은 보내고싶다, 눈치보면서 하는말이 실버타운은 너무 비쌀거같고... 하더니 아니면 정 돈이 안되면 집에 모시고 살아도 되지않을까.. 이러고 있네요. 솔직히 백보 양보해서 결혼식 뭐 가족끼리 해도 상관없고 신혼여행도 여행 다녀올 곳 다 다녀와서 태국만 가도 상관없어요 집? 돈이 있어야 그럴싸한 집에서 하죠 근데 그냥 작은 방 한두개 짤린 빌라에서 시작해도 괜찮아요. 다 양보할 수 있는데, 그냥 얘기로만 듣던 오빠 가정사에 제가 끼어야한다 생각하니 정신이 너무 아찔했어요 더 이상 결혼에 대해 얘기할 기분도 아니었고.. 그냥 뭔가 오빠는 제가 생각하던 최소한의 선이 있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거 같다 생각하니 그동안의 연애감정이 싹 가라앉는 느낌... 그래서 일요일 이른 낮에 헤어지고 계속 생각하다가 이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결혼같아서 화요일 퇴근 후에 헤어지고왔네요 참.. 미래를 생각하면 도저히 답이 안나와 헤어지는게 맞는데 정작 이제 못만난다 생각하니 슬프고 씁쓸하고 우울하고 차라리 내가 돈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아니면 로또가 돼서 실버타운 보내드려도 타격 없는 능력이라도 됐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화요일 헤어지고 돌아와서 하루 종일 울고 부재중전화 보고 또 울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출근준비하고 이러고있네요 포기하길 잘 한거겠죠? 그깟 돈이 뭐라고 싶은데 저는 저희 어머님한테도 못드리는 용돈 몇백만원 돈을 남을 위해 매달 쓸 정도의 용기는 차마 나질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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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잘생겼으면 차라리 진짜 돈 많은 여자라도 만날건데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을거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