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사건 한꺼번에 겪은 듯…많이 배우고 반성"

프로골퍼 김주형은 지난 9일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히어로 월드 챌린지 등 올 시즌 마지막 두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그러나 올해 순탄치는 않았다.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주형은 “올해 10년 치 일을 한꺼번에 겪은 것 같다. 많이 배우고 반성했으니 따지고 보면 소중한 한 해였다”고 했다.

김주형은 지난해 말 캐디가 갑자기 다른 선수에게로 떠났다. 스윙 교정과 겹쳐 올해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4월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는 탤런트 류준열이 캐디로 나왔다. 8월 파리 올림픽 최종라운드에선 8위에 그친 후 펑펑 울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마지막 3개 홀에서 5타를 잃어 플레이오프 2차전과 2025년 시그니처 대회들의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9월 프레지던트 컵에서 매너 논란이 있었고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선 라커 문짝을 파손해 사과했다.

대략 정리한 2024년 김주형의 사건 사고들이다. 분명 선수 자신의 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올림픽 경기 후 눈물을 펑펑 흘린 건 놀라웠다. 김주형은 10대를 외국에서 보냈다. 코로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뛰면서 기대했던 고국에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PGA 투어 진출 후 한국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그러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애국심을 느낀 듯 하다.

프레지던츠컵 매너 논란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골프는 에티켓의 게임이지만 단체전은 약간 다르다. 적당한 게임스맨십도 필요하다. 1999년 라이더컵에서 미국 선수, 가족들은 저스틴 래너드가 맹활약하자 상대가 퍼트를 남겼는데도 그린에 올라와 축하 파티를 했다. 로리 매킬로이와 패트릭 캔틀리의 캐디가 일촉즉발의 말싸움을 벌인 지난해 로마 대회 등 선을 넘는 행동들이 종종 나왔다. 그런 사건들이 쌓여 라이더컵은 한일전처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꼭 봐야 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프레지던츠컵에서 국제팀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도 선봉장이었다. 강팀을 상대하는 언더독 팀의 리더로서는 동료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할 도발이 필요하다.

미국팀 젠더 쇼플리는 “(김주형 등 한국 선수들의 행동은) 골프에 정말 좋다. 존중한다. 한국 선수들은 확실히 열기를 가져다 준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라커 파손 소식이 나왔을 때 라커 문짝에 구멍이 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문짝이 떨어진 거였다. 이상한 게 많았다. 김주형은 문을 세게 잡아 당겨서 경첩이 나갔다고 했다. 세게 잡아 당겼다면 파손되는 곳은 경첩이 아니라 손잡이 쪽이다. 김주형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자꾸 말을 바꿨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래서 이에 관해 직접 물었다.

Q : 사건 설명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A : “대회 기간 중 라커에서 ‘삑삑삑’하고 문 열림 소리가 난 후에도 에러가 생겨 문이 안 열릴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라커룸 직원에게 부탁해 문을 열었지만 사건이 일어난 날엔 경기가 끝나서인지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열려고 세게 당기는데 갑자기 빗장이 풀렸다. 문이 확 열리면서 경첩 부분이 손상됐다.”

Q : 처음부터 잘 설명하면 별 문제가 안 될 일 아닌가.
A : “이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 몰랐다. 경첩이 빠진 걸 그대로 두면 문이 떨어져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겠다 싶어 떼어서 옆에 세워뒀다. KPGA 직원을 통해 변상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협회에서도 이해해주셨다.”

Q : 그렇더라도 경첩이 빠질 정도면 문을 엄청 세게 당긴 것 아닌가.
A :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문이 열리지 않아 세게 당겼다.”

Q : 셰플러에게 연장전에서 패했을 때 화풀이는 어떻게 했나.
A : “물론 기분은 좋지 않다. 그러나 라커룸에선 조용히 짐 정리해 나간다. 미국 골프장 라커는 구형 키를 쓰기 때문에 문이 잘 열린다.”

Q : 올해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나.
A : “다 그랬다. 10년 치 겪을 일들을 한 해에 다 겪은 것 같다.”

Q : 올해 배운 것들이 있나.
A : “많다. 내가 잘 못한 부분도 많고 사람들이 내 의도와 달리 판단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서른 살 쯤 전성기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을 겪고 배웠으니 그 때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 김주형은 …
? 생년월일: 2002년 6월 21일
? 신장: 175㎝
? 프로 데뷔: 2018년
? 통산 우승: PGA 투어 3승, KPGA 투어 2승
? 올해 기록: 상금 40위(59억원), 평균타수 67위(70.72타),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111위(299야드)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 "트럼프 피해주 주목" 전문가 승부수 던진 종목
▶ 여고생이 학교서 애 낳았다…피의 응징 막장극 결국
▶ 월 80만원에 한달산다…은퇴자 해외성지 1위
▶ 김갑수 "이젠 목소리 내라"…임영웅 또 때린 이유
▶ "유영재, 젖꼭지 비틀어"…선우은숙 언니 충격 폭로
▶ 최민환 "성매매 정말 안 했다…호텔도 혼자 간 것"
▶ 15세 소녀 강간 혐의…체포영장 날아든 전직 대통령
▶ "숨 턱턱 막힌다…매일 고문" 故김수미 일기 충격
▶ [단독]"부정선거 흔적 없었다" 국정원, 尹담화 반박
▶ '알코올 중독' 60대 男 가장 위험…무서운 이 증상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성호준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