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안산의 정치인 낙하산 단장 파문…스포츠는 아무나 해도 된다? [김창금의 무회전 킥]

“주말 없이 일해야 할 것 같다.”

김정택 K2 안산 그리너스 신임 단장은 지난달 19일 취임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보름 새 안산 그리너스 구단은 스포츠 뉴스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긍정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신임 단장의 선수단 구성 외압 논란이 보도됐고, 구단은 한동안 벌집을 쑤신 듯 혼란에 빠졌다.

미디어 보도의 요점은, 김 단장이 부임하자마자 이관우 안산 감독 등이 참여한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한 선수단의 일부를 “바꾸라”고 지시했고, 실제 6명이 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신 김 단장이 새로운 선수 다수를 추천했다고 한다. 김정택 단장은 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내가 제시한 리스트는 없다. 내가 선수단에 대해 뭘 아느냐.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보자”고 말했다. 자신은 일절 관여하거나, 월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김 단장이 오면서 선수단에서 탈락할 뻔했던 고교생 4명과 혼혈 스타 강수일 등 6명은 지난달 말 재계약에 성공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신임 단장 부임 이래 소통 착오로 인한 불협화음이나, 해프닝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단에 정치인이 낙하산으로 꽂혔을 때의 파열음은 컸다.

먼저 단장 등의 선수 선발 개입 가능성이 드러났다. 김 단장은 “특정 선수를 ‘넣어라, 빼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주노동자가 많은 안산에서 인기가 높은 강수일 등 6명의 선수가 김 단장 부임 뒤 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또 이관우 감독이 염두에 둔 선수단 구성은 애초 계획에서 틀어져 많이 달라져 버렸다.

안산 그리너스는 지난해 말 선수 선발 부정이 발각되면서 구단주인 시장이 혁신안을 내걸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고, 선수단 규모까지 올 시즌 30명으로 정해두었다. 하지만 또 다시 채용 논란이 일면서 신뢰를 잃게 됐다.

선수 선발 비리는 구단에 치명적이다. 2019년 고종수 대전시티즌 감독은 당시 축구단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시의회 의장으로부터 선수 선발 압박을 받았다. 고 감독은 애초 능력이 떨어지는 해당 선수에게 낮은 실기 점수를 줬다가, 나중에 압력에 밀려 평점을 고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위험성은 업무의 적합성 여부다. 김 단장이 과거 안산시축구협회장을 역임했지만, 기본적으로 안산시의회 3선 의원 출신의 정치인이다. 선수단 운영, 스포츠 산업 이해, 마케팅 등 실무 역량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이는 안산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시도민구단, 기업구단에도 해당한다. 이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바뀌더라도 구단 대표의 임기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일본의 문화와 다르다.

이번 안산 구단 사태에 대해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구단 서포터즈 베르도르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선수 선발을 둘러싼 외압이나 조직 사유화 마인드에 대한 경종이다.

한 축구인은 “구단주의 인맥이라도 능력 있는 사람이 단장이나 대표가 된다면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포상하듯 자리를 배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스포츠단 운영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