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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컵밥 추억 뒤로 하고 하이엔드 신축 격전지로 떠오른 노량진

김명희 기자

2025. 01. 02

뉴타운 지정 후 20년간 지지부진하던 노량진 재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원룸과 고시촌이 있던 자리엔 유명 건설사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임장을 통해 노량진뉴타운의 미래가치를 살펴봤다.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과 함께 동네 임장기를 연재한다.

노량진뉴타운 전경. 왼쪽의 이주, 철거가 완료된 부지가 6구역과 2구역이다.

노량진뉴타운 전경. 왼쪽의 이주, 철거가 완료된 부지가 6구역과 2구역이다.

한때 노량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고시촌과 컵밥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초 찾은 노량진역 맞은편 컵밥 거리는 예전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고시촌의 명성도 사그라진 탓이다. 노량진역에서 컵밥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곳곳의 공사 가림막과 대형 크레인들이다. 이런 풍경은 장승공원이나 신동아리버파크 같은 고지대에서 노량진을 내려다보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노량진 2구역과 6구역은 이미 이주와 철거가 완료되고 맨땅이 드러나 있으며, 4구역도 이주를 마친 빈 건물들이 많아 휑하다. 노량진 전체가 환골탈태를 앞둔 듯한 모습이다.

노량진뉴타운은 2003년 한남, 성수와 함께 서울시 2차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 용산과 여의도 배후지에 강남 접근성까지 좋은 알짜 입지라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 예정대로라면 2011년 사업이 완료돼야 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한 번 발목을 잡혔고, 그 이후론 노량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시촌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상가와 건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노량진에 비해 2년 늦게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음에도 2020년 무렵 이미 사업이 완료되고 신축 아파트촌으로 거듭난 인근 흑석이나 신길에 비하면 한참 늦은 수준이다.

그러다 공무원의 인기가 떨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학원 수업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며 상황이 달라졌다. 학원과 학생들이 떠나고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면서 식당, 서점, 고시원 등 공시생들을 주 고객으로 하던 상가들도 타격을 입었다. 임대수익률이 줄자 집주인들과 건물주들이 오히려 재개발을 적극 요청하고 나서며 사업 진행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노량진뉴타운 재개발의 특징으로 “전 구역 사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어 속도가 굉장히 빠른 점”을 꼽았다. 각 구역에 건설사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들어올 예정이란 점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대장은 노량진 1구역, 흑석뉴타운 시세 넘어설 것

노량진뉴타운은 지하철 1·9호선(급행)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 사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과 대방동 일대 73만8000㎡에 걸쳐 8개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 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 중 6개 구역이 정비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완료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9000여 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노량진 1구역이다. 이 구역은 노량진 정비사업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지하철 1·9호선 환승이 가능한 노량진역에 가까워 대장으로 꼽힌다.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서부선 경전철 노선이 노량진역과 장승배기역을 경유할 예정이라 교통 호재도 있다. 서부선 경전철은 2023년 민자 적격성 심사를 통과했고, 2023년 착공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개발은 사업성이 좋은 곳일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해 진행 속도가 느리다. 노량진 1구역도 예외가 아니다. 조합 내분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시공사 선정도 유찰을 거듭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202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데 이어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단지명은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한 ‘오티에르 동작’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중소형 위주, 최고 33층 2992세대 규모로 예정됐으나 조합이 지난 10월 중대형 위주, 최고 45층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함에 따라 설계 변경이 예상된다. 통상 고층 정비사업은 공사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추가분담금이 크게 늘지만,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역 랜드마크 고층 아파트에 대한 프리미엄도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노량진의 고층 아파트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량진역을 꼭짓점으로 1구역과 이등변삼각형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 3구역도 1구역과 비슷한 상황이다. 입지는 1구역과 용호상박,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데 이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45층 초고층에 10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다.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6구역이다. 2011년 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후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됐고, 올 3월 착공 예정이다. 이 구역은 7만2822㎡ 면적에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 동, 1499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았으며, 단지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하이엔드급 단지로 설계된다. 장승배기역과 불과 700m 거리라 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장승공원을 비롯해 인근에 녹지가 많은 숲세권이다. 6구역은 착공이 임박한 만큼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2024년 8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고 재개발 시 전용면적 84㎡를 분양받을 수 있는 다세대주택 경매 물건이 감정가액의 114%인 10억5134만 원에 낙찰됐다.

노량진 2구역은 411세대로 규모는 작지만, 장승배기역과 제일 가깝고 노량진역과 장승배기역을 잇는 장승배기로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가장 편리하다. 2구역은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들어올 예정이다. 전용면적 84㎡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이 12억5000만 원(권리가액 3억4000만 원+프리미엄 9억1000만 원)에 나와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평형의 추가분담금은 5억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상으론 입주 시까지 필요한 자금이 17억5000만 원이다. 노량진에는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어 재개발 매물의 투자 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2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상도파크자이(471세대, 2016년 입주) 전용면적 84.91㎡의 최근 실거래가가 16억8000만 원(20층, 2024년 11월) 선이다. 김학렬 소장은 “뉴타운 사업이 완료되면 노량진은 초고층 하이엔드 아파트 단지로 천지개벽할 것”이라며 “시세도 동작구에서 가장 비싼 흑석뉴타운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석뉴타운의 대장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23억7000만 원(20층, 2024년 9월)이며, 호가는 22억~25억 원 선이다.


#노량진뉴타운 #부동산임장기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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