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명태균 받은 돈 성격 파악 위해 明 주변인들 조사 진행 가능성”
“돈 건넨 사람 김건희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참고인 신분 소환할 수도 있어”
“尹 대통령 여론조사 관계된 돈이라고 결론 나오면 金 피의자로 전환될 것”
검찰이 '공천 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태균씨로부터 "김건희 여사에게 돈 봉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교통비조로 받은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선 교통비 명목으로 보기엔 500만원이라는 금액이 크기에 검찰이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낮다고 판단할 것으로 봤다. 특히 김 여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이 돈의 목적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면, 뇌물죄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8~9일 명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김 여사에게 돈 봉투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이 명씨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돈 봉투 사진을 보여주면서 '김 여사에게 받은 돈인지' 묻자 명씨는 "교통비 정도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액수와 전달 시기에 대해선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의 주요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원을 받은 뒤 자랑한 적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강씨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명씨가 서울에 왔다 갔다 할 때 동행했던 분이 '500만원이고 봉투 색깔이 어떻다'까지 얘기해 주셨다"며 "제가 검찰 조사 때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받으러 간다고 했었는데 대선 비용은 안 받아오고 금일봉을 받았다고 저한테 말하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금일봉을 자랑한 명씨에게 "저와 반반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했더니 '안 된다 우리 막내딸 시집갈 때 보태야 된다. 그래서 잘 보관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명씨가 막내딸을 유난히 챙기고 있음을 강조했다.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받은 봉투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이것 한 개만 있다"고 말한 강씨는 "처음 500만원이란 말을 듣고 좀 실망했었다. 금액이 엄청 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500만원밖에 안 되지라고 약간 의문이 있었다"라고도 말했다.
검찰은 명씨와 강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가 준 돈이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와 관계된 돈인지, 어떤 명목으로 받은 것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명씨가 받은 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검찰이 명씨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건 당사자인 명씨가 "교통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주변인들의 진술이 일치할 경우 증거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뇌물죄 사건은 관계자 진술로 사건이 꾸려지는 경우가 많기에 검찰이 어떤 신빙성 있는 인물의 진술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돈을 건넨 사람이 김 여사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인 만큼, 김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여사가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제대로 소명을 못하고,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와 관계된 돈이라고 검찰이 결론 낸다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인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청직)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의원들에게 300만원을 건네 구속까지 당한 것만 봐도, 500만원이라는 금액이 교통비 명목으로 주고받기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명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 대해 검찰이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명씨가 실제 여론조사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할지라도 공직선거법 시효 기간이 지났기에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