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택시 노선이나 병원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 운전해야 하는 기사 등 공간처리능력을 자주 발휘하는 직업 종사자는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려 숨질 위험이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기사나 구급차 운전기사가 이런 직업에 해당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비샬 파텔 박사(외과)는 “인지적 공간지도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뇌 부위는 우리가 주변 세계를 탐색하는 데 쓰이며, 알츠하이머병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시간 공간처리와 처리가 필요한 택시 운전이나 구급차 운전과 같은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2020년 1월~2022년 12월 443개 직업 종사자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직업과 함께 연령, 성별, 인종, 민족, 학력 등 사회인구학적 정보를 조사해 분석했다.
모든 직업에 걸쳐 연구에 포함된 약 9000만 명 가운데 3.88%(34만8328명)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이에 비해 택시 기사는 1.03%, 구급차 운전기사는 0.74%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요인을 감안(조정)한 뒤에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택시 기사 1.03%, 구급차 운전기사 0.91%에 그쳤다.
연구팀은 “알츠하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전체 참가자에 비해 택시 기사는 약 27%, 구급차 운전기사는 약 23% 수준밖에 안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시간 공간처리에 덜 의존하는 버스 운전사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3.11%, 미리 정해진 경로를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 조종사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4.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아누팜 B. 예나 박사는 “택시 및 구급차 운전자의 해마나 다른 부위의 신경학적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낮추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관찰연구이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Alzheimer’s disease mortality among taxi and ambulance drivers: population based cross sectional study)는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