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망증일까, 치매일까?”...경계선 오가는 70대 A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말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요즘 자주 듣는다. 게다가 했던 말을 자꾸 되풀이하는 바람에 친구들에 핀잔을 듣는 일도 잦아졌다. 평소 말수가 적다던 A씨(여, 76)의 요즘 변화다. 그럴 때마다 ‘혹시 나도 치매인가’하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병원에 한 번 가보라는 친구 권유로 치매 검사를 받았더니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21점이 나왔다. 치매 진단의 경계선. 인지 정도를 측정하는 GDS(전반적인 퇴화척도) 3단계로 중등도 인지장애, 또는 CDR(임상치매평가) 0.5로 경도인지장애로 나타났다. ‘초기치매’ 진단이 나온 것이다.

건망증(健忘症)과 치매(癡呆)는 다르다. 건망증은 잘 잊지만 뇌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증상’. 반면, 치매는 기억력은 물론 언어능력, 지남력, 판단력 등 뇌 인지 기능이 함께 저하되는 ‘질병’이다.

다만, 건망증이 지속하고 심해진다면, 이는 치매가 왔다는 초기 징후일 수 있다. 반면, 치매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기에 환자 본인과 가족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경계 선상에 있는 치매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은 신경과, 신경외과, 노년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관련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건망증클리닉’을 개설했다. 치매 조기진단에 여러 전문과목 진료역량을 한데 모으려는 것.

온종합병원 ‘건망증클리닉’, “건망증 단계서 뇌 촬영 등 전문 검사법 활용”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들이 이뤄진다. 먼저, 의사는 환자의 진료 이력, 현재 건강상태, 복용 중인 약물 등을 확인한 다음, 신체검사를 통해 다른 가능한 원인을 배제하고는 신경 심리학적 평가를 하게 된다. 이는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지각 능력, 실행 기능, 문제 해결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치매의 유형과 심각도를 파악할 수 있다.

혈액이나 영상검사로도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 혈액 검사에서 치매 증상과 비슷한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 장애, 감염, 염증, 전해질 불균형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스캔 등의 영상 진단을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나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조발성 치매 MRI 검사. [사진=온종합병원]
그 외 대표적인 치매 선별검사로는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검사)와 CERAD(신경심리검사)도 있다. 이 검사는 치매의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건망증클리닉’ 배효진 과장은 19일 “건망증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건망증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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