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의 혹독한 대가, 무려 9년의 '이것' 차이?
구조적 성차별 심한 곳에서 자란 여성,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기억력 감퇴' 9년이나 빨라 충격적
구조적인 성차별을 심하게 겪고 자란 여성은 성차별을 거의 받지 않고 자란 여성에 비해 기억력 감퇴가 9년이나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연구팀은 65세 이상 여성 2만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적 성차별 수준과 기억력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구조적 성차별은 구조적 인종차별처럼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회정책과 사회규범에서 비롯된 자원과 권력의 불평등이다. 증오 범죄나 비방은 개인적인 성차별(또는 인종차별)이고, 불공정한 대출 관행과 정부 내의 여성 대표성 부족 등은 구조적인 성차별이다. 연구팀은 ‘워싱턴 하이츠-인우드 컬럼비아 노화 프로젝트’와 ‘건강 및 은퇴 연구’에 참여한 65세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구조적 성차별 수준과 기억력 사이의 관계를 조사 분석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출생 연도에 따라 노동 인구 내의 남성 대 여성 비율, 주 의회의 여성 의원 수, 빈곤율, 기타 요인을 바탕으로 각 주의 구조적 성차별 수준을 계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조적으로 성차별이 가장 심한 주에서 태어난 여성은 구조적 성차별이 가장 심하지 않은 주에서 태어난 여성에 비해 기억력이 훨씬 더 빨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제니퍼 맨리 교수(신경심리학)는 “아직도 적지 않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게 여성의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성차별은 뇌 건강, 인지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이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성인기에 구조적인 성차별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각종 만성병에 걸릴 위험과 사망률이 높고,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주로 호르몬·유전자 등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삶의 여러 단계의 구조적 성차별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Early Life Exposure to Structural Sexism and Late-Life Memory Trajectories Among Black and White Women and Men in the U.S)는 ≪알츠하이머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