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생기면, 패혈증 사망자 최대 46배 급증?
항생제 오남용으로 ‘범내성 균주’ 발생하면…인류에 폭발적인 대재앙, 대책 시급
모든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돌연변이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면, 불과 5년 안에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람이 최대 46배나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세계의 발병률, 사망률, 치료결과에 대한 장기 데이터를 사용해 미국의 패혈증 사망에 대한 대장균의 ‘가상적 내성 균주’ 영향을 모델링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종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범내성 균주’(일명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면 5년 안에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18~46배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벤자민 코흐 박사(생태계 과학 및 사회센터)는 “각종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다제 내성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슈퍼 박테리아의 등장은 폭발적인 패혈증 사망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각종 세균에 감염돼 항생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최근 세계 보건의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패혈증(Sepsis)은 혈액이 몸 안에 침입한 세균으로 감염돼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병(전신성 염증반응 증후군)이다. 세균 감염으로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장기 부전’이 일어난다. 패혈증에 걸리면 고열이나 저체온증이 나타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고, 소변량이 줄고, 피부색이 변하고, 의식이 희미해지는 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몸 안의 혈액 공급과 장기 기능에 문제가 생겨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노약자, 임산부, 만성병 환자가 특히 패혈증에 취약하다. 짧은 시간 안에 속수무책으로 숨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2020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패혈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4700만~5000만 명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약 1100만 명이 숨진다. 미국에선 매년 약 170만명이 패혈증에 걸리고, 이 중 약 35만명이 숨진다. 연구팀에 의하면 범내성 균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테리아가 진화하고 범내성을 획득할 수 있는 속도를 고려할 때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이르면 1년 안에 슈퍼 박테리아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의사도 환자가 항생제를 오남용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연구에는 조지워싱턴대, 미네소타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Predicting sepsis mortality into an era of pandrug-resistant E. coli through modeling)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메디슨(Nature Communications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