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타임의 광안대교

우리는 기대에 부풀어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계획이었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구름이 잔뜩 끼고 해풍이 머리를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때의 해수욕장은 한적했고, 몇 명의 인영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도 그저 지나가는 행인일 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눈앞의 광안대교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회색빛 하늘에 약간의 장식을 더했습니다. 이 해상 대교는 2003년 개통 이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부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고, 부산의 인기 명소이기도 합니다.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합니다. 해변을 따라 다리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창고처럼 생긴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부산의 유명한 복합문화공간 밀락더마켓입니다. 내부에는 레스토랑, 카페, 의류 매장이 있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큰 창문과 계단식 휴식 공간입니다. 이곳 또한 광안대교를 감상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저녁 무렵 부산에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변가의 초현대적인 웅장한 건물들이 점차 날카로운 윤곽을 잃고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변하며, 이 천지 사이에 은은하게 숨어들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웅장한 광안대교 역시 이 비와 안개 속에서 신비로운 베일을 두르게 되었고, 다리의 선들이 비와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마치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는 입구처럼 보였습니다.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시 해수욕장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두꺼운 구름이 모든 햇빛을 가려 일몰과 저녁노을을 볼 수 없었지만, 멀리 광안대교의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짙은 남색 하늘을 배경으로 꿈같이 환상적인 색채가 계속 변화했습니다. 갑자기 고전 한국 드라마에서 볼 법한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만남, 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감동적인 순간이 밤과 조명에 부드럽게 감싸인 이 해변에서 조용히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한국 특유의 로맨틱함일 것입니다! 어스름이 짙어갈 무렵, 멀리서 불꽃놀이 배가 화려한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하늘을 뒤덮는 압도적인 불꽃은 아니었지만, 하나씩 연이어 피어나는 작은 불꽃들이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뛰노는 요정 같았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있어 정말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꿈같이 아름다운 상황에 쉽게 빠져들게 하여 잊기 어려운 기억을 만들어냅니다.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꽹과리와 북을 치는 종이인형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해변을 따라 행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장관을 이루는 그 모습이 우리의 춘절 등회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종이인형들은 생생하고 실제 같았으며, 이국적인 해변의 밤에 독특하고 신비로운 축제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