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 계엄 투입된 군인 가둬서 수사 방해"

군이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후 복귀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병력을 강제로 영내에 대기시키고 휴대전화를 제출하게 하는 등 사실상 감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당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군인권센터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이 비상계엄 사태에 동원된 계엄군 병력을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14일간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군인들은 휴대전화를 부대에 제출해야 했고, 압수 조치 사유를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에 따르면 계엄군은 지난 3일 출동 당시 “접경지로 간다”는 명령만 듣고 목적지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하려고 헬기가 자주 선회했다’는 내용도 입수됐다. 군인들은 출동 전 유서 작성을 지시받았고 채혈도 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군인의 영내 대기는 법에 따라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침투 및 국지도발 상황 등 작전상황, 경계태세 강화가 필요한 상황, 천재지변 등 재난, 소속 부대 훈련, 평가, 검열 등이 실시될 때만 절차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며 “법률상 근거도 없이 부대 전 인원도 아니고 계엄군에 투입된 인원만 특정해 영내 대기를 지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영내에서 생활하는 간부라도 퇴근 후에는 외부로 나올 수 있는데 모두 부대에 대기시키고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명백한 감금”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 같은 군의 조치가 “외부와의 통신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본격적인 수사가 벌어지기 전 군인들의 입을 막고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내란 주범의 체포·구속은 제쳐두고 투입 병력의 신병부터 확보하는데 골몰한 셈”이라며 “군은 투입 병력이 수사기관 등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 전후의 상황을 진술하거나 외부 제보를 차단함으로써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임 소장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주에 첫 제보가 있었으나 대원들이 감금된 상황이니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 간부의 이른바 ‘양심선언’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소장은 “김현태 특전사령부 707특임단장이 울면서 기자회견을 한 것에 찬사를 보내는 것도 문제”라며 “당시 특임단장은 부하들이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은 폭로하지 않았다. 이는 선택적 양심”이라고 말했다.

군은 “계엄 투입 병력의 강제 영내 대기 및 휴대전화 제출, 유서 작성과 채혈 지시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역 통제로 인해 헬기가 선회비행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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