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운영위 '비상계엄' 질의 불출석···야당, 30일 재추진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전원 불출석했다. 여당도 회의를 보이콧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내란에 관여돼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오는 30일 현안질의를 재추진한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19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는 과연 이번 내란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안내 서류 수령 등을 거부하는데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가 조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가 윤석열의 방패막이 되어 법 집행을 모두 저지하고 있다. 모두 불법”이라며 “박 경호처장은 윤석열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불법을 자행하지 말고 대통령실을 당장 열고 수사와 헌법재판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2항을 근거로 대통령실이 압수수색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2항에서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111조 공무상 비밀과 압수도 마찬가지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빼면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신 의원은 “내란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어떻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될 수 있나”라며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는 내란 잔당의 행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경호처가 법 집행을 저지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상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정진석 비서실장의 책임 소재도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정 실장은 윤석열이 반헌법적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한 이후에도 합참 결심지휘실에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수괴 그리고 내란 공모법들과 제2차 계엄령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란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탄핵심판과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경호처가 수사를 가로막는 배경에 정 실장이 있다고 의심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측에서 헌법재판 관련 일정과 수사에 적극적인 방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해서 정 실장의 책임이 있지 않냐는 지적이 비공개 회의에서 나왔다”며 “(정 실장이) 정말 계엄을 몰랐던 것이 맞는지, 제2의 계엄 모의에도 참여한 것은 아닌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오는 30일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질의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박종준 경호처장 등 2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에 오는 26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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