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 결혼 전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부터 한결같이 '넌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다'를 외치셨어요
그래서 전 시댁에 7년 된 막내딸입니다
시댁 가서 하는 거 아무 것도 없어요
결혼하고 시아버지 첫생신때 생신상 차려드리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넌 내 자식으론 1살이니 아무것도 못한다"하시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하셨어요 심지어 1살치곤 밥도 혼자 잘 떠먹고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으니 이미 1등 딸이라고ㅋㅋ
시아버지도 다른 자식들은 30년 넘게 키워서 뭐 좋아하고 뭐 싫어하는지 다 아는데 너는 이제 내 자식이 돼서 취향을 모르겠으니 어디 한번 골라봐라 하시고 백화점이랑 쇼핑몰 참 열심히 데리고 다니셨어요 물론 그러시면서 본인은 구두는 꼭 끈 있는 게 좋으시고 커피는 뜨거운 라떼만 드신다고 강조하시면서 서로 취향을 공유하자고 하시더라구요 전 원래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두루뭉실한 사람인데 아버님이랑 쇼핑 자꾸 다니면서 내가 뭘 더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더라구요 특히 컵은 입술에 닿는 부분이 얇은 게 좋고, 신발은 발목을 잡아주는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올 설에 갔을 때 드디어 상에 수저를 놓았습니다 7살이면 이정도 심부름은 할 수 있는 나이래요 결혼 15주년쯤 되면 설거지도 할 수 있을라나요?
저도 나중에 며느리든 사위든 생기게 되면 꼭 우리 시부모님처럼 진짜 자식으로 생각하고 대하리라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