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그가 “시골 군수나 시의원은 발로 차도 공천이 된다”는 등 공천 대가를 요구한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명 씨 말에 동조한 부분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명 씨는 지난 2021년 5월께 배 모 씨가 경북 고령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서 자신은 물론 이 모 씨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하자 이들에게 유력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함께 자리했던 김 전 의원이 전직 4선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말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 배 씨와 이 씨가 믿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명 씨는 같은 해 6월께 두 사람을 각각 국민의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지방분권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청년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게 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과시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두 달 뒤 명 씨는 예비 후보 2명에게 “서울, 수도권에 있는 시장도 아니고 시골 군수나 시의원 그거 뭐라고 발로 차도 공천이 된다, 오히려 당선되려면 선거운동도 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 놓고 가만히 있으면 당선된다”며 공천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석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명 씨 지시에 따라 2명에게 각각 현금 3000만 원을 받아 트렁크에 실었다. 이를 포함해 이듬해 3월까지 두 사람이 명 씨와 김 전 의원에게 전달한 현금이 각각 1억2000만 원씩 총 2억4000만 원이라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 조직총괄본부 국민안전특별본부장이었던 김 전 의원이 배 씨와 이 씨를 각각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에 선임하게 한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공소장에는 김 전 의원이 후보자 추천 등 대가로 본인 세비 절반을 명씨 에게 전달한 내용도 담겼다.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본인 계좌로 송금받은 돈을 명 씨에게 전하는 방식이다. 명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의원에게 빌려줬던 돈을 한꺼번에 돌려받은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번복하고 “김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직접 수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앞서 지난 3일 명 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소장, 예비후보자인 배 씨와 이 씨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명 씨에게 휴대전화 3개와 USB 등 증거를 처남에게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명 씨의 휴대전화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녹음 파일 등 이번 의혹과 관련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고 있다. 검찰은 명 씨가 황금폰을 인멸한 것이 아닌 숨긴 것으로 보고 증거은닉교사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