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르지 리게티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 음의 혼란. 죄르지 리게티의 작품은 음악적 초현실주의를 가장 잘 설명하는 사례입니다. 20세기 현대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거장의 음악은 듣는 이의 지성을 자극합니다. 1923년 태어난 리게티는 헝가리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작품을 썼습니다. 과거 클래식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을 만들던 그는 1956년 오스트리아로 망명했습니다. 나치 독일 및 소련의 억압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망명 이후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등을 만나며 아방가르드 음악을 접하게 된 리게티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Artikulation'에서는 전자 음악을 시도했고, 'Atmosphères'에선 음괴와 미크로폴리포니를 활용해 겹겹이 쌓인 소리의 아름다움을 탐사했죠. 1978년 초연된 부조리극 오페라 'Le Grand Macabre(그랑 마카브르)'는 12개의 자동차 경적을 악기로 활용하는 등 유머와 참신한 시도가 결합한 대작이었습니다. 말년까지 팝, 아프리카 및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 Miles Davis와 빌 에반스의 재즈 등 새로운 음악 재료를 탐사하던 그는 200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게티가 평생 음악적 자유로움을 추구한 것은 삶에서 느낀 억압 때문일 것입니다. 나치 독일과 소련이 가한 정치 외압뿐 아니라 서구 현대 음악과 아방가르드 사조에 존재했던 엄격한 이데올로기도 그에겐 억압으로 느껴졌죠. 그의 혁신적 시도와 예민한 감각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히트' (1995), '셔터 아일랜드' (2010) 등의 영화에 삽입되며 대중과 맞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