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9명 모두 3~4단계 시력 회복
‘눈 중풍’으로 불리는 중심망막동맥폐쇄에 고압산소 치료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질환은 망막의 중심 동맥이 막히며 급격한 시력 저하를 초래하고 실명 위험까지 있는데, 고압산소 치료를 받을 경우 교정 시력이 3~4단계 향상되는 효과가 증명됐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안과 홍인환·이경민 교수와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발표했다.
중심망막동맥폐쇄는 인구 10만명 당 8.5명으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조기 증상이 없이 발병 즉시 급격한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눈 마사지와 안구 내압 강하제 복용 등이 표준 치료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다.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22%만이 시력을 되찾고 의미 있는 시력 회복은 10%가 안 된다.
연구팀은 2015년 12월부터 8년간 중심망막동맥폐쇄 치료를 받은 50명을 분석했다. 이들 중 21명은 눈 마사지와 안구 내압 강하제 처치를 받았고 나머지 29명은 표준 치료와 함께 고압산소 치료를 받았다. 고압산소 치료는 대기압보다 2~3배 높은 고압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으로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 고압산소 치료 그룹은 매월 일관되게 의미 있는 수치로 시력이 개선됐다. 중심망막동맥폐쇄 발병 후 최초 방원 방문 시 평균 교정 시력이 2.03이었지만 치료 6개월 뒤 1.55로 나타나 3~4단계의 시력 상승 효과를 보였다. 이는 치료 전 눈앞의 손가락을 구별하기 힘든 단계에서 치료 후 2m 떨어진 시력표의 첫 번째 줄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수준이다.
반면 표준 치료만 받은 그룹의 평균 교정 시력은 치료 전 2.1에서 치료 후 2.1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고압산소 치료받은 모든 환자에서 부작용은 없었다.
또 망막 및 맥락막(망막에 영양 공급)의 두께는 감소가 적을수록 시세포 손실이 적은데, 고압산소 치료 그룹은 표준 치료 그룹보다 6개월간 망막과 맥락막 두께가 9% 감소에 그쳤지만 표준 치료 그룹은 23%까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고압산소 치료 그룹에서 망막층의 두께 감소가 적었던 것은 광수용체가 보존됐기 때문이며 맥락막은 혈관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허혈(혈관이 좁아짐)이 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인환 교수는 9일 “고압산소 치료는 중심망막폐쇄로 인해 망막으로 가는 동맥이 막혔을 때 높은 대기압에서 100% 산소를 흡입하게 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재개통할 수 있게 만들어 시력 회복을 돕는다”며 향후 표준 치료 확립 가능성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