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친구야.”
지난 18일 오후 전북 임실읍사무소. 중년 남성과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남자아이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빠와 아들 관계인 이들은 “저희 같은 한부모가정을 도와달라”는 짤막한 말과 흰색 봉투를 남긴 뒤 후다닥 읍사무소를 떠났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자세히 살펴보자, 이들이 두고 간 것은 엽서와 현금 30만원이었습니다. 엽서에는 아이가 직접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로 “메리 크리스마스, 친구야”라고 적혀 있었죠. 엽서 봉투에는 “한부모가정의 어린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 성금은 아빠가 주는 용돈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온 아들의 용돈이었습니다. 아이는 알뜰살뜰 아껴온 그 돈을 자신과 비슷한 환경의 다른 아이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한 것이죠.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나누는 성탄절,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을 위해 말입니다.
읍사무소 직원들은 CCTV를 통해 부자의 신원을 확인할까 고민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기부자의 깊은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임실읍에 사는 한부모가정에 기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병관 임실읍장은 “꼬마 천사가 예쁜 마음을 모아 이웃을 위해 내어준 성금에 감사하다”며 “성금은 기탁자들의 뜻대로 어려운 한부모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느덧 한 걸음 앞으로 성큼 다가온 성탄절,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눈 이 아이처럼 주변에 온정을 베푸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의 따스한 마음이 한겨울의 추위마저 녹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