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65세이상 빈발… 흡연 영향
위암 ‘국한단계’ 진단율 70% 최고
대장·폐암은 50% 밑돌아
국한단계 암 발견시 5년 생존율 92%
췌장암, 원격전이 단계서 최다 발견
최근 공개된 2022년 중앙암등록통계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전립선암과 폐암, 췌장암처럼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이 증가 추세다. 2021년 이후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이미 접어든 만큼, 고령 암 상승 추세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는 암 진단 시 절반 정도는 암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국한 단계’에 발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 발견율의 상승은 5년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과도 연결돼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췌장암 담낭·담도암 폐암 난소암 등 일부 암은 국한단계 진단율이 50%에 훨씬 못 미쳐 조기 발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2022년엔 전년보다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순으로 증가가 많았는데, 대부분 고령 인구에서 발생이 잦다. 국립암센터 정규원 암등록통계부장은 30일 “특히 전립선암의 증가세가 가파른데, 많은 서구 국가에서 이미 남성암 1위에 올라 있으며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남성암 최상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립선암은 남성암 순위에서 전년 4위에서 2위로 2단계 상승했다. 대한비뇨의학회와 비뇨기 종양학회는 “고지방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구 고령화로 전립선암의 발병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의 호발 연령은 60~70대다. 당뇨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정상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다. 또 허리둘레가 90㎝(35인치) 이상인 복부 비만 남성은 정상 체중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1.32배 높았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5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췌장암도 주요 원인은 고령 인구 증가와 붉은 고기 지방질 섭취 등 식생활의 서구화, 흡연 등이 꼽힌다. 6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5배 높다. 만성 췌장염, 췌장암 가족력 등 고위험군은 1년에 한 번씩 복부 CT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
부동의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은 전국 단위 암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20년 넘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50세 이상의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이 지속 증가 추세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음주·흡연, 운동 부족 및 비만, 유전력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 이후 매월 자가 유방 검진, 35세 이후 2년 간격의 의사 검진, 40세 이후 1~2년 간격 임상 진찰과 유방 촬영, 고위험군은 수시로 의사 상담 및 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폐암도 65세 이상에서 발생이 잦으며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근래엔 비흡연 여성 등에서도 발생이 늘고 있다.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만54~74세 남성은 2년 간격의 국가폐암검진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비흡연자라도 조리 연기(흄) 등에 오래 노출된 여성이라면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암검진 대상 6종의 요약 병기 상 국한단계 진단율은 50.9%로 전년(50.4%)에 처음 50%대에 진입한 뒤 더 상승했다. 요약 병기가 처음 모집된 2005년(45.6%) 보다 5.3% 포인트 높아졌다. 요약 병기는 국한(암이 발생 장기를 벗어나지 않음. 1기 및 2기 일부), 국소 진행(암이 주변 장기 및 림프절 침범. 2~3기), 원격 전이(4기) 단계로 구분된다.
위암의 국한단계 발견율이 69.8%로 가장 높았고 유방암(64.7%) 자궁경부암(55.1%) 간암(53.7%) 순이었다. 반면 대장암(42.9%)과 폐암(31.5%)은 50%를 한참 밑돌았다.
국가검진 대상 암은 아니지만 방광암(83.5%) 콩팥암(77.8%) 자궁체부암(74.4%) 전립선암(60.5%) 갑상샘암(49.5%) 순으로 국한단계 발견율이 높았다. 반면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은 16.3%에 불과하고 담낭·담도암(28.2%) 난소암(31.7%)도 저조했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위암의 경우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위내시경을 2년마다 받도록 하고 있는데, 수검률이 2005년 39.4%에서 2023년 77.5%로 크게 높아져 조기 발견 비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조기 발견은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2018~2022년 진단 암 환자의 45.5%가 국한단계에서 발견됐으며 이 단계 진단 시 92.1%의 매우 높은 5년 생존율을 보였다. 갑상샘암은 일반 인구와 동일한 생존율을 보였고 유방암(99.1%) 콩팥암(98.1%) 위암(97.4%)도 매우 높았다. 반면 폐암(79.8%) 간암(62.3%) 췌장암(46.6%)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주요 암 중 원격전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췌장암(췌장암의 43.8%)이었고 원격전이 발견 시 생존율은 2.6%로 극히 낮았다. 폐암도 진단 시 41.4%가 원격전이였고 생존율은 12.9%에 그쳤다. 양 원장은 “암 발생자 5명 중 1명(19.3%)은 여전히 원격전이 상태에서 진단되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국가암관리사업 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