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허가 이은 두 번째 '대형시장' 진출
중국·일본 품목허가 신청…시장 확장 기대감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J&J)은 자회사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유한양행의 렉라자 병용요법이 유럽집행위원회(EC)로부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중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엑손19 결손변이 또는 엑손21 L858R 치환변이)를 가진 성인 환자 대상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병용요법은 앞서 같은 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가 권고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유럽 승인 근거에는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비교한 임상 3상(MARIPOSA) 연구 데이터가 뒷받침됐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은 22개월 추적관찰 중앙값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율(PFS·암이 악화되지 않는 기간) 중앙값은 병용요법 23.7개월, 타그리소가 16.6개월로 나타났다. 반응지속기간(DOR)은 병용 시 25.8개월로, 타그리소(16.8개월) 대비 9개월 더 길었다.
이번 허가로 유한양행은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으로부터 30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할 전망이다. 유럽 내 렉라자 매출에 따라 10% 이상의 로열티도 받게 된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후 9월 미국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 6000만달러(약 885억원)를 거둬들였다. 유한양행에서 전망하는 미국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이노베이티브 메디슨 분석에 따르면 폐암은 유럽 내 사망률 1위인 암종이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 사례의 85%를 차지하며, 원인이 되는 EGFR 변이 중 엑손19 결손변이 또는 엑손21 L858R 치환변이가 전체 변이 발생 비중의 약 85~90%에 달한다. 기존 표적 치료제를 사용해도 치료 내성과 암 재발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어, 내성을 해결하고 생존율을 높일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다.
현재 렉라자는 중국과 일본에도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중 승인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내부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에 따라 신약 허가 가능성이 달라지고 일본도 외국 신약 허가에 보수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레퍼런스로 평가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만큼 다른 국가에선 비교적 허가가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통해 받게 될 기술료는 최대 9억5000만달러(약 1조3980억원)에 달한다.
J&J는 렉라자 병용요법의 시장 가치를 최소 7조원으로 잡고 있다. 업계에선 2030년 기준 유럽 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 렉라자가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J&J는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 허가도 추진 중이다. 리브리반트 SC제형 허가 시, 투여 시간이 5시간 이상인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대비 단 5분으로 시간을 단축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약물 처방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FDA가 리브리반트 SC제형 관련 보완요구서한(CRL)을 전달하긴 했지만, 크게 우려할 점은 아니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J&J는 "CRL 수령은 제품 제형과 효능, 안전성 데이터와 무관하며 FDA는 추가 임상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 역시 "CRL 내용상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다고 본다"며 "제형 변경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유한양행 측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