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침팬지와 인간의 정치
책에는 권력을 좇는 이에룬과 라윗, 니키 등 침팬지 3마리가 등장한다. 늙은 이에룬은 체력은 라윗에게 밀리지만, 암컷들의 도움을 받아 권력을 지킨다. 무리 안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나름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해 암컷의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그러나 라윗이 니키와 동맹을 맺으면서 권력 지형이 바뀐다. 암컷이 이에룬을 돕지 못하게 니키가 막아선 것. 그 덕분에 라윗이 1인자에 올랐지만,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니키가 이에룬과 동맹을 맺고는 라윗을 권좌에서 밀어낸다. 그러나 라윗도 그냥 굴복하지는 않는다. 이에룬이 암컷과 교미하는 것을 니키가 방해한 게 기회가 됐다. 화가 난 이에룬은 니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그 덕분에 라윗은 다시 1인자가 된다. 하지만 그는 이에룬과 동맹을 맺는 데 실패한다. 니키-이에룬 동맹이 회복되고 라윗은 권좌에서 쫓겨난다.
이 이야기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려면 동맹과 제휴가 필수라는 점이다. 침팬지 사회도 이런데, 역학관계가 훨씬 복잡한 인간 사회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직전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을 만난 것도 두 사람이 속한 중도 보수층과 제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중도층 일각의 지지를 받던 안철수 의원과 동맹을 맺고, 20대 남성 지지세가 강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협력한 게 한몫했다. 안타까운 점은 그가 대통령이 된 후 그 동맹이 깨졌다는 것이다. 이젠 오랜 측근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도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했던 연금·의료·교육·노동 개혁을 이루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보수를 폭넓게 아우르는 동맹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구심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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