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가짜 민주주의자 판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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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11. 오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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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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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보고 있자니 '가짜 민주주의자'를 식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제시한 판별 기준을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다. 저자들은 "정치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세력'의 반민주적 행동에 보이는 반응"이 판별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했다.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같은 진영의 반민주적 행동에 단호히 선을 긋는다. 반면 가짜 민주주의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눈을 감거나 애매하게 대응한다.

계엄 당일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 테스트를 통과한 셈이다.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 선포에 분명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그날 애매한 행동을 한 이들은 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할 만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렇다. 그는 여당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했다. 그 자신은 국회에 있으면서 계엄 해제 요구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저지른 폭력적 행동을 손절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까지 윤 대통령의 임기를 유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는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레비츠키의 기준에 따르면 그들은 '가짜 민주주의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계엄 해제 요구에 참여했다. 하지만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가르는 테스트에 합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진영이 다른 윤 대통령의 폭력적 행태를 비판하는 건 쉬운 일이다.

'진실의 순간'은 민주당 안에서 극단적인 반민주적 행태가 벌어졌을 때 찾아올 것이다. 저자들은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당 주류에 반대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내쫓으려 한다"고 썼다. 즉, 이재명 대표와 대립하면서까지 극단적 행태를 비판할 수 있어야 진짜 민주주의자다. 민주당에 그런 이가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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