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만간 체포 시도할듯
신병 확보땐 서울구치소 구금
경호처·지지자와 충돌 가능성
尹측 "수사권한 없는 공수처
청구한 영장은 불법·무효"
◆ 탄핵 정국 ◆
3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원이 "윤 대통령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영장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관저로 이동해 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장에 적시된 집행 가능 기간은 일주일 뒤인 1월 6일까지라고 공수처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순 있으나 체포영장은 발부받은 이상 집행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집행 시점에 대해선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협의해봐야 할 문제"라며 "지금 단계에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병을 확보하면 인치할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공수처 또는 체포지 인근 경찰서로 돼 있다"며 "구금할 장소는 서울구치소"라고 말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을 이 기간 내 체포까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 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체포영장이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은 위법하므로 집행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도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거주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 공수처장 및 영장전담판사를 상대로 하는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논리다. 윤 변호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정상적인 헌법상 권한에 대해 내란죄로 영장을 발부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공수처가 실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경호처와 공수처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경호처에서는 적법한 공무 집행이 아니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경호처는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시도할 경우 이를 막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 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영장 발부 후 "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지지자가 공수처를 막아서면 현실적으로 영장을 집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는 이른 오전부터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며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신자유연대 등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주최한 집회에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2500명)이 모였다.
[권선우 기자 / 안정훈 기자 / 강민우 기자 /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