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회의원 의전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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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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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위 외교관의 회고다. 유럽 주요국 공관 근무 시절 의원 몇 명과 가족들이 동유럽으로 오는데, 환승 안내 요청을 받았다. 외교부 예규에 따르면 응할 의무가 없었으나 거절하기도 개운치 않아 주재국 허락을 얻어 다른 외교관 한 명과 함께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의원들이 떠민 트렁크들을 받아 끌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국정감사 때 재외 공관은 비상이다. 일부 의원은 관광지 방문 등 개인 일정까지 통역을 위해 대사관 직원들을 데려간다. 의원 가족 의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의원들의 공항 의전도 유별나다. 공항 내 전용 통로를 통해 별도 수속을 밟고, 귀빈용 주차장, VIP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김포국제공항 의전실을 가족과 함께 사적으로 이용해 비판받았다. 2018년엔 한 야당 의원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공항 직원에게 “내가 국회 국토위원회 국회의원이야”라고 고함쳐 논란이 된 일도 있었다. 경범죄 등 면책특권이 되는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자는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윤미향 의원은 조총련 주최 행사에 가면서 뻔뻔하게도 주일 한국대사관 차량을 이용했다. 보좌진이 의원 자녀의 대입 자기소개서를 대신 쓰거나 의원 부인을 모시는 일은 의원회관에서 흔한 입담거리다.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 ‘X자식들, 차관 들어오라고 해’라는 발언은 뿌리 깊이 박힌 의원들의 특권의식, 오만함을 잘 보여준다.

최강욱 전 의원이 “퍼스트 클래스를 얻어 타본 적이 있다”며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은) 정봉주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표적 이유는 공항 의전 때문”이라고 했다. “봉도사(정 전 의원)가 제주도에 식구들과 여행 가면 (의전이) 막 나온다”며 “‘아 국회의원이 이런 게 있었구나’ 처음 느끼신 것”이라고 했다. 의전에 맛 들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다시 금배지를 노릴 정도로 ‘의원 특권 만능 국가’가 됐다. 선거 때마다 나온 의원 특권 철폐는 매번 공염불이 됐는데, 이번엔 그런 공약마저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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