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는 올레길도 산티아고 순례길 덕에 탄생했다. 제주 출신 언론인인 서명숙 씨가 2007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 제주에도 산티아고 못지않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내겠다고 조성한 게 시작이다. 새로 인위적인 길을 내기보다 기존에 있는 길을 걷기 좋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5년에 걸쳐 21개 도보 코스를 만들어 제주 외곽 해안선을 연결했다. 훗날 5개 도보 코스가 추가돼 제주 해안 주변의 산과 들, 오름, 섬들이 425㎞의 걷기 좋은 길로 이어졌다.
15년간 1000만 명의 탐방객이 몰릴 정도로 유명해지자 제주 올레길의 수출 길까지 열렸다. 2011년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스위스, 대만 등 9개국의 유명 도보 여행지에 ‘올레 우정의 길’이 생겼다. 일본 규슈는 아예 2012년 제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규슈 올레길’을 개설했다.
제주 올레길의 성공에 이어 이번엔 ‘코리아둘레길’이 나섰다. 제주도를 뺀 대한민국 육지 외곽을 모두 잇는 도보 여행길로 어제 완성됐다. 정부가 2009년 조성을 시작해 마지막 구간인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을 개통하기까지 꼬박 15년이 걸렸다. 접경지역과 동해안(해파랑길), 남해안(남파랑길), 서해안(서해랑길)을 잇는 도보 코스의 총길이만 4500㎞다. 성인 걸음으로 쉬지 않고 한 바퀴 도는 데 68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걷기 좋은 가을에 맞춰 개통한 코리아둘레길이 제주 올레길처럼 성공가도를 걷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