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인선 속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운명의 칼자루’를 쥔 헌법재판소에 관심이 쏠린다. 변수는 6인 체제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이다. 지난 10월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3명이 동시에 퇴임한 이후 두달째 공석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헌재를 정상화하기 위해 국회 몫의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인사청문 계획서 등을 채택하기 위한 1차 회의를 다음주 초 정도에 개최한 뒤 18일부터 매일 각 후보자를 불러 청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일정은 며칠 미뤄질 수도 있다. 다만 지난 9일 접수된 국회 몫의 후보자 선출안에 대해 국회는 15일 안에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늦어도 오는 20일(금) 청문회를 시작해 23~24일을 포함해 총 3일동안 후보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런 다음 오는 30일께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국회 선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여야가 각 1명씩,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해야 한다. 지난 10월 재판관 3명이 동시에 퇴임한 이후 헌재는 6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이론 상으론 6명이 탄핵 심리,판단을 할 수 있지만 정당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재판관 1명만 탄핵 반대 의견을 내도 탄핵은 물 건너가고 윤 대통령은 다시 복귀할 길이 열린다. 민주당 의원들이 재판관 충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29기)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55·27기)을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59·18기)를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탄핵 심리를 앞두고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 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후보군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의 전현직 법관이다.
조한창 변호사는 1992년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윤 대통령 정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법관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민주당 추천을 받은 정 후보자와 마 후보자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 후보는 2019년 진보적인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 2년간 파견연구관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마 후보자는 법원 내 노동법분야연구회(노동법커뮤니티)의 회장을 역임했다. 2009년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진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또 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3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져 법관으로서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과 개별 사건에 대한 의견이 중요 잣대가 될 수 있지만 탄핵심판은 개별 재판관의 성향에 구애를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탄핵심판은 표 대결 보다는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탄핵의 요건이 되는 직무집행 중 저지른 위헌적인 행위 등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여당 몫과 관계없이 야당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 2인을 단독 선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재적의원 절반(150명)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선출안은 통과된다. 선출안 통과 시 대통령이 최종 임명을 결정하는데, 내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권한대행이 후임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