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광화문 가득 메운 인파
쓰레기 줍고 사고 없이 마무리
고성·대치땐 시민이 나서 말려
긴장했던 경찰들 '안도의 한숨'
15일 경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모인 탄핵촉구 촛불집회는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없었고, 추운 날씨임에도 소방이 한랭질환으로 이송한 환자도 없었다.
집회 이후 이어진 문화제가 사실상 마무리된 이날 밤 12시께 여의도 거리는 비교적 깔끔했다. 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여성촛불청소연합 시민단체가 걸어둔 쓰레기봉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찬반 집회 간 충돌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탄핵 반대’를 외쳐 잠깐 고성이 오가긴 했지만, 시민 다수는 대체로 서로를 향한 충돌을 말리는 모습이었다. 7일과 14일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는 김형석 씨(34)는 “첫 표결 때 일부 시위대가 국회 쪽문에서 경찰과 대치했는데, 시민들이 ‘가지 말라’고 구호를 외치며 말렸다”며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게 문제인 만큼 거리의 시민들은 국회를 존중하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100만 인파’가 모인 여의도 지하철역과 화장실, 카페 등은 인파사고가 염려될 정도였다. 그러나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고, 일부 시민은 자발적으로 관리요원으로 나서 정리정돈을 하는 모습이었다. 자녀와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홍정은 씨(43)는 “응원봉과 흥겨운 음악이 함께하는 축제와도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대규모 찬반 집회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관리만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서울경찰청은 탄핵소추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가 과열될 것을 우려해 주변 언론사와 서울시청 등에 안전관리를 주문했다. 그러나 보수집회 역시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 김영숙 씨(72)는 “탄핵이 가결된 건 너무 억울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야 끝나는 것이니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사기가 매우 떨어진 상황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큰 집회가 일단락돼 다행”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후 탄핵소추 가결로 이어진 11일간 시민들이 서로의 주장을 구호로 외치되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거리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화적으로 생각을 표출해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시민들이 축제와 같은 새로운 시위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