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호응…與 “민주, 여당 행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다시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하자며 국민의힘에 촉구했다. 전날 자신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거절하자 이날 “경제·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며 거듭 제안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 수습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재차 요청했다.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는 대통령 권한대행도 동의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모든 논의의 조건은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국민의힘도 꼭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름 형식 내용 어떤 것이어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이런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러우면 경제 분야에 한정해서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한다. 정치적으로 입장이 곤란한 것도 이해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 정치의 존재 이유가 결국은 국가의 안정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이 아니겠나”라며 “계산을 조금 뒤로 물리시고 국정안전협의체든 경제 문제에 한정된 협의체든 신속하게 결단하고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정안정협의체를 어떻게든 띄워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직무정지 등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데, 원내1당으로서 정부·여당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국민의힘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날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따로 만나 당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고위당정협의와 실무당정협의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권성동 원내대표(5선·강원 강릉)은 “무엇보다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내각이 흔들림 없이 국정을 관리해달라”며 “당이 수습되는 즉시 고위당정협의와 실무당정협의가 재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에 동의하고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박수민 원내대변인(초선·서울 강남구을)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이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앞서 이 대표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됐으니, 국민의힘도 여당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으면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작은 이익을 따지다 큰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압박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 임기 끝까지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겠다”며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국정안정협의체에 곧바로 호응했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여야, 정부가 협조해 조속히 국정 안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국민의힘이 참석하는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정안정협의체에 여·야·정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당 수습 후 주도적으로 당정 협의를 이끌어갈 의지를 보인 데다, 여당이 맞는지를 두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의 박수현 민주당 의원(충남 공주)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입니다’에서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는 것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일 때 여당인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이 반란 수괴·내란 수괴가 되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상태로 직무가 정지되었는데, 아직도 여당인 것을 착각하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직위 정지가 된 이상 또 다른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국회가 혼란이 예상되는 국정을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안정적으로 챙겨가야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것은 이미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우리가 해왔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문혜현·주소현·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