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 전자상거래(통신판매), 홈쇼핑 등 다양한 온라인 사업모델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존하는 시장이다. 일본, 중국 등 자국 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C(차이나)커머스의 국내 진출과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대다수 기업은 역성장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을 위한 진흥정책이 펼쳐져야 하지만, 현재 온라인쇼핑을 향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은 ‘규제 일변도’ 흐름이다. 자국의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려는 다른 국가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가운데 온라인쇼핑을 향한 규제는 많았다. 지난 11월 15일 기준, 발의된 관련 법안 수만 7개 상임위에서 27개 법률안으로 총 76건에 달했다. 21대 국회에서 269건이 발의된 것과 비교하면 개회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28% 수준을 채운 셈이다. 숫자만 따지더라도 이미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64건의 법률안을 넘어섰다. 업계를 향한 규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2대 국회 발의 법안 중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이 49건을 차지한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17건, 온라인플랫폼 관련 제정법안 18건, 대규모유통업법 2건, 전자금융거래법 2건, 공정거래법 4건 등이다. 올해 온라인쇼핑 시장을 뒤흔들었던 ‘티메프 사태’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영향도 크지만,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는 과도한 내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의 경우 정산기한 도입·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13건이 발의됐다.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제정된 법률로 사업자간 정산기한이나 판매대금을 규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 없이 단지 기업을 규율하기 위한 핀셋 규제로 보여지는 조항이 대다수다. 매출액과 월간이용자수 등을 활용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전 지정, 어뷰징을 양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의 공개 규정, 단체협상권 등 조항은 현재 온라인쇼핑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벤처·스타트업의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공정위와 금융위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정무위원회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공정위는 정산기한 도입 및 판매대금 별도 관리 강화는 ‘법체계가 맞지 않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보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체계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과 홈쇼핑 중심의 대형유통업체를 규율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과연 ‘티메프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기사에서 현재 상황을 대변하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환경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세계와 경쟁할 우수한 자국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인프라, 노하우, 인력 등 모두 준비되어 있다. 고식지계(姑息之計)가 아닌 온라인유통 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할 때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