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택한 尹…탄핵 법리 싸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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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12.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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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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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탄핵 표결 앞두고 비상계엄 정당성 강조
"'반국가세력' 野의 헌정질서 막기 위한 조치"
헌재 판단까지 시간끌기 해석…긴급체포 가능성도
내란죄 해석 분분 "정치적 해석" vs "초법적 행위"
[이데일리 김기덕 최연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은 헌법에 근거한 통치 행위라며 조기 퇴진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사실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싸움을 통해 계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겠다는 선전 포고를 한 것이다. 즉각 야권은 물론 한동훈계 중심으로 여권에서도 터져 나온 반발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오는 14일 국회 탄핵안 표결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헌재의 탄핵안 심리까지 걸리는 기한을 감안하면 당분간 정국 대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尹 “2시간 짜리 내란 있냐”…계엄 정당성 강조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담화는 사전 예고없이 긴급하게 이뤄졌다. 12·3 계엄 선포 이후 나흘 만인 지난 7일에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2선 후퇴’에 대한 2분짜리 짧은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날 닷새 만에 재등장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배경,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약 29분 분량으로 담화를 채웠다. 이 중 대국민 사과는 담화문 말미에 “짧은 시간이지만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는 단 한 문장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야당을 겨냥해 ‘반국가세력’, ‘범죄자 집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계엄 선포로 국회 해산을 시도한 것을 두고 야권이 내란죄 수괴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광란의 칼춤”이라고 일축하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며 불편함 감정을 드러냈다.

계엄 선포 행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해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통치행위”라고 강조했다. 헌법상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외교권 행사와 같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실제로 헌법 77조를 보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계엄 선포 △계엄 선포 시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특별 조치 △계엄 선포 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통고하지 않은 절차적 조치 위반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 금지 등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만약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에 대해선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내세운 만큼, 향후 2차 계엄 우려 등 정국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탄핵 이후 헌재 재판을 염두에 두고 이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탄핵안이 의결돼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야 정국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차량출입구 앞에 윤석열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헌재 재판관 임명·심리 연장 가능성도…“조속히 결론 내야”


이날 담화로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재차 확인한만큼 탄핵 정국은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과 내란죄라는 중대 사안에 대한 심리를 위해 헌재는 정족수 미달인 헌법 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해야 것으로 보인다. 또 이후 헌재의 탄핵안 선고 기한(최장 180일)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셈이다.

당장 오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 행사는 즉각 정지된다. 헌재는 탄핵안을 접수받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 선고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된 사례는 두 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2004년 3월과 2016년 12월에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헌재 선고까지는 각각 63일, 91일이 걸렸다. 다만 현재 헌법 재판관은 6인 체제라 국회에서 추천한 3명의 재판관에 대한 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빨라야 이달 말이나 심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란죄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헌재 판결 이전에 긴급 체포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이미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전날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형사소송법상 국가적 기밀과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 아직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참가 시민들이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결국 윤 대통령의 내란죄 여부는 헌재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학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행위 적법성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 계엄은 국무회의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상 위반한 것도 없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한 이후에는 이를 해제했다“며 “내란죄 여부는 형법에 규정된 규정에서 벗어나서 해석할 수 없는 만큼, 법을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이 통치행위라고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따르지 않는 초법적인 행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 심리 기한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리를 정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가 길어지거나 탄핵이 조금 늦어지면 최장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다만 시간을 끌수록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결론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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