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컵라면을 먹고 계곡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두 시간 정도 흘러 오후 5시경 계곡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동행한 친구 2명이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동안 김 군과 이 군은 계곡 인근에서 짐을 챙겼다.
그때 “도와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이 군이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얼굴이 물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아이가 수문에 걸린 채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것이다.
이 군이 A 군을 구하는 사이, 김 군은 계곡을 살펴보다 우연히 A 군 동생 B 군(9)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했다. 형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B 군은 수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약 2~3m 단차가 있는 배수관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B 군을 발견한 사람은 김 군과 다른 남성, 이렇게 두 명뿐이었다. 김 군은 5m가량 계곡 바위 위를 뛰어간 뒤 수영해 B 군에게 다가갔다.
B 군은 발견 당시 입술이 파랗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김 군은 B 군을 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B 군 아버지는 급한 마음에 아이의 구명조끼를 벗기지 않은 채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김 군은 “이러면 심폐소생술이 제대로 안 된다”며 구명조끼를 벗긴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몇 번의 심폐소생술에도 B 군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A 군을 구하고 B 군을 지켜보던 이 군이 “입을 벌리고 혀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닫혀있던 B 군의 입을 연 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혀를 잡아 빼냈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하자 B 군은 의식을 되찾았다.
초등학생 2명은 곧이어 도착한 소방대원에게 인계됐다. 아이들은 현재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상태다. 부모님은 아이들과 함께 김 군, 이 군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찰은 식당 측이 남창계곡을 찾은 피서객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 계곡물을 일부러 가두는 시설을 무단 설치·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식당 측이 사나흘에 한 번씩 수문을 열어 물갈이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해당 식당을 운영 중인 업주와 종업원 등 2명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막이 시설과 평상 등 시설물을 점유 허가 없이 설치한 하천법 위반 사항은 담당 지방자치단체 고발 절차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B 군을 구조한 김 군은 구조 과정에서 살이 까지기도 했지만, 본인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며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눈으로 봤을 때 B 군이 있던 곳은 급류가 심해 보이진 않아 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 군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영을 잘하진 못했지만, A 군은 떠내려가진 않고 수심이 깊은 한 곳에서 얼굴이 계속 물 위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상황이라 무리 없이 구조할 수 있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두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 군은 “심폐소생술 교육 영상을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계속 보여주니까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학교에서 직접 인형으로 실습해 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두 학생의 이 같은 삶에는 부모님들의 영향도 컸다. 이 군은 “부모님은 ‘네가 안전한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고 했고, 김 군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주셨다”고 전했다. 다만 김 군은 “중고등학생 정도 되면 그런 가르침을 받지 않더라도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으니 당연히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김 군은 이번 사건을 통해 새로운 꿈을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직 정확한 꿈은 없지만 응급구조학과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군은 타인을 도울 수 있으면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물리치료사를 꿈꾸게 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진로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여러 개 합해보니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이 나왔다.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몸 쓰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도 잘해서 이 직업을 희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군과 이 군은 이번 일로 장성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오명철 수사과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구조 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KIA 타이거즈의 초청으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시구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