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라 더 리얼하네… 찐 뮤지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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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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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역사 속 실존인물의 비밀을 그린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간첩 마타하리의 실화를 다룬 ‘마타하리’(위), 유한양행 설립자 고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스윙데이즈-암호명 A’(가운데), 17세기 프랑스 작가 시라노를 모티브로 삼은 ‘시라노’(아래) 등이다. 올댓스토리·RG컴퍼니-CJ ENM·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실존인물 그린 이색 매력, 삼색 작품 눈길

LG아트센터 ‘마타하리’

이중 스파이 의혹으로 총살된

비운의 무희 뒷이야기 등 담아

충무아트센터 ‘…암호명A’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

비밀스러운 독립운동기 그려

예술의 전당 ‘시라노’

외모빼고 모든게 완벽한 상남자

수줍은 짝사랑 훔쳐 보는 재미


역사 속 실존 인물의 ‘비밀’을 그린 뮤지컬 3편이 연말 관객의 눈길을 끈다. 외모 열등감 탓에 남의 이름으로 사랑 편지를 쓰는 문인, 전쟁판을 돌며 춤을 추다 이중간첩으로 몰린 무희,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첩보 작전에 뛰어든 사업가. 그 자체로 매력 있는 드라마가 된 이들을 노래와 춤으로 되살렸다.

◇“내 말을 품은 입술에 나의 그녀가 입 맞출 때” = 뮤지컬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의 작가 에르퀼 사비니엥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티브로 삼는다. 정치 풍자·공상 과학 등 산문의 대가로서 수많은 후대 작가에게 영감을 줬던 그는, 연극·영화·무용·오페라 등 숱한 장르들의 주인공으로 다뤄져 왔다. 그를 검술과 언변에 뛰어난 최고 유명인사로 그려낸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을 뮤지컬로 각색한 것이 이 작품이다.

‘거인을 데려와’ 등 넘버(뮤지컬 노래)로 구현된 시라노의 캐릭터는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도 두려워 않는 속칭 ‘상남자’다. 다만, 코가 너무 크다며 자신의 외모에 자신 없어 하는 그는 ‘록산’에 대한 사랑을 숨긴다. 도리어 ‘록산’과 미남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돕겠다며 연서까지 대신 써준다. 강자 앞에서도 칼을 거두지 않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작아지는 인물이다. 5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아오는 ‘시라노’는 추가된 넘버들과 새로 제작한 무대와 의상 등으로 지난 2차례의 시즌과 다른 공연을 준비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는 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아픔을 잊은 채 운명에 당당히 맞설게” =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간첩 혐의로 총살된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젤러의 실화를 다룬다. ‘여명의 눈동자’를 뜻하는 말레이어 마타 하리는 프랑스 물랭루주 등에서 무희로 유명했던 그의 예명이다. 유럽 전역에서 순회 공연하며 각국의 권력자들에게 받은 관심은, 적대국을 위한 간첩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뒤집혔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프랑스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됐다. 실제로 간첩 활동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는 그를 소재로 다양한 창작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은 180도 회전 무대, 200여 벌의 의상을 활용해 화려했던 당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마타 하리의 관능미를 부각하는 안무와 폭발적 고음의 넘버들이 특징이다. 2년 전 공연 당시 이야기 전개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번 공연은 1인 2역이던 배역을 한 인물로 합치는 등 조정으로 보강했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오는 5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왼쪽부터 이중 스파이 마타하리, 유일한 박사, 시라노 작가.


◇“내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다” = 뮤지컬 ‘스윙데이즈-암호명 A’의 모티브는 유한양행 설립자 고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이다. 유 박사는 일제강점기이던 1945년 미국 정보국 ‘OSS’(CIA의 전신)가 한국인 19명으로 꾸린 부대로 대일본 첩보전을 은밀하게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A’는 유 박사의 암호명이었다. 작전 실행을 사흘 앞두고 일제가 항복하는 바람에 무산된 이 작전은 요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야 공개됐다.

이 작품 특징은 독립운동 소재의 작품이 빠지기 쉬운 엄숙주의를 벗어났다는 데 있다. 대사는 식민지 상황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고 유머와 재치가 돋보인다. 특히 한국 영화사에서 최초로 10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실미도’의 작가 김희재가 각본을 맡았다. 무대의상 또한 지금 기준으로 봐도 세련미가 있다. 1940년대 중국 상하이(上海)와 조선 경성 등의 화려한 풍경을 담아낸 대형 세트도 인상적이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내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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