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익위, 최근 3년간 지방의회 해외출장 실태 점검
3년간 915회 나가 355억 지출
항공료 과다청구 44% 달해
칫솔·깻잎에 249만원 쓰기도
관광지 가이드비 지급도 허다
자기 출장비 심사 등 ‘불공정’
지방의회의 해외출장이 사적으로 유용되며 혈세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조작으로 예산 빼돌리기가 성행하고 있었으며, 세금으로 소주 안주·화투·숙취해소제를 구매하는 구태도 흔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3년간 지방의회가 주관한 지방의원의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해 16일 발표했다. 243개 지방의회는 최근 3년간 915건의 해외 출장을 통해 약 355억 원을 예산으로 지출했다.
이 중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가 405건(44.2%)에 달했다. 충남도의회는 2022년 네덜란드·벨기에·독일 출장 당시 1인당 164만4700원이던 항공료를 338만5900원으로 부풀려 청구했다. 이에 따라 총 1741만2000원이 부정 지급됐다. 올해 태국 출장에서 항공권 금액을 2배가량 과다 청구해 놓고는 항공권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게 훼손한 사례도 있었다.
혈세로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나 가이드 비용을 지출한 사례도 많았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성베드로 성당을 관광하고 인솔자 비용 300만 원을 지출했다. 올해 네덜란드, 벨기에를 방문하며 여행사에 가이드비 390만 원, 통역비 350만 원 외 추가로 대행 수수료 260만 원, 기관섭외비 300만 원을 지출한 곳도 있었다. 이 출장은 농장, 도서관, 미술관 등 일반 시찰 중심으로 진행됐다. 기관섭외비와 대행 수수료를 560만 원이나 지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식비와 여비를 따로 받는데도 불구, 주류·안주·화투 등을 예산으로 부정 구매한 사례도 허다했다. 서울 관악구의회는 올해 미국 출장에서 피로해소제에 106만 원, 칫솔·깻잎 통조림 등에 약 249만 원을 지출했다. 전남도의회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서 화투·주류·육포·커피믹스 등에 76만5210원을 썼다.
권익위는 지방의회 국외출장의 사유화 문제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심사위엔 지방의원이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동료의원과의 관계와 향후 자신이 가게 될 출장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정하게 심사하지 못하는 구조다. 심지어 자신이 간 출장을 본인이 심사한 경우도 79건에 달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점검 결과 확인된 위반사례를 교육하고 홍보해 지방의회에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