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으로 불황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를 노린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계엄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니 미리 싸게 구매하라”며 자영업자와 유통업자에게 선입금을 유도한 뒤 ‘먹튀’한 A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기 양주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강흥식(44) 씨는 지난달 4일 자신을 식용유 납품 업자라고 소개한 A 씨에게 204만 원을 사기당했다. 강 씨는 “11월에는 한 통(18ℓ)당 3만1000원이던 식용유가 계엄 직후 4만5000원까지 올랐다”며 “시중가보다 1만 원 더 싸게 판다는 말만 믿고 돈을 입금했는데 A 씨가 잠적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강 씨를 포함해 26명, 피해액은 5억 원에 달한다.
‘매출이 주니 홍보라도 해보자’는 자영업자들의 간절함을 악용한 사기도 나타나고 있다. 식당을 연 지 5개월이 됐다는 B 씨는 매일 ‘투잡’을 뛰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이 오르지 않자 지난달 마케팅 전문 업체와 240만 원의 홍보 계약을 맺었지만, 업체는 잠적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자영업자 4명이 같은 업체에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사기 등 자영업자들의 생업 피해 근절을 위해 ‘소상공인 현장애로 접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낮다. ‘식용유 먹튀’ 사기 피해자 이모(28) 씨는 “그런 상담 창구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