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조코비치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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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2.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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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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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36)가 지난달 29일 테니스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밝힌 소감은 예전과 달랐다. 준우승자에 대한 위로와 덕담, 이번 우승의 의의, 대회 관계자를 향한 감사로 이어지던 그의 통상적인 시상식 ‘연설 문법’은 온데간데없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운데)가 지난달 29일 테니스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대회 볼 키즈(ball kids)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대신 ‘꿈’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조코비치는 자신이 테니스 변방으로 간주되던 세르비아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세계 곳곳의 테니스 꿈나무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어려움이 닥치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도전 앞에서 기죽지 마라, 할 수 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코비치는 왜 갑자기 ‘꿈 전도사’가 된 것일까. 2010년대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운 조코비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와 ‘흙신’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경쟁에 뒤늦게 끼어든 ‘3인자’였다. 우아한 플레이로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 페더러, 감정 표출을 자제하며 세상 모든 공은 다 받아낼 것처럼 뛰어다닌 나달에 비하면 조코비치는 팬층이 얇았다. 라켓을 내던지고 괴성을 지르면서 어떻게든 이기고 마는 고집 센 동유럽 남자는 팬들에게 크게 사랑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초엔 세계적인 ‘악당’ 이미지까지 얻었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아 호주에서 추방을 당하는 과정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는 당시 호주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쫓겨나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이미 코로나에 걸린 전력이 있는 등 그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었지만, 조코비치의 아집은 부각됐고 흠집은 늘어났다.

올해는 방역 기준이 완화돼 그의 출전이 가능했다. 조코비치는 이번엔 호주오픈 정상에 오르며 나달의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22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미 최장 기간(374주) 세계 1위, 통산 수입 1위 등 수치상으론 명실상부한 GOAT 반열에 들어선 조코비치였지만, 팬들의 사랑이 그에겐 더 필요했을 것이다. 1년 전 추방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진 곳에서 편법과 꼼수 없이 실력으로 다시 우뚝 선 그의 서사는 팬들의 인정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를 한때 내쫓았던 호주오픈 소셜미디어 계정은 현재 조코비치의 얼굴과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작년의 치욕이 오히려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일까. 큰 부상이 없는 한 향후 2~3년 더 건재할 것으로 보이는 조코비치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꿈’에 대한 조코비치의 열변은 결국 그가 걸어온 길 자체이자 꿈을 위해 묵묵히 달려가는 모두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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