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서너줄 정도 내용 간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계엄 상황에서 재정 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 하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고 최 부총리가 13일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뒤 (국무회의장에) 들어와서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 한 장을 줬다”며 “당시 무슨 내용인지는 열어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차관보에게 맡겼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기획재정부 간부 회의가 끝날 때쯤 대통령이 준 종이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해라’, 그런 한두 개 정도가 적혀 있었다”며 “종이를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후 8시 50분 정도에 도착해 9시쯤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네댓 명의 국무위원이 있었다”며 “앉자마자 대통령이 종이 한 장을 주며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종이에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며 “서너 줄 줄글이었고,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종이를 받은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어 외교적 파장 등을 우려하며 대통령에게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계엄은)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다. 이미 종료된,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를 수 없다”라고 말하고 집무실을 나갔다고 조 장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