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켠 밸류업...에너지·소재·헬스케어·IT에 주목하라 [2025 대예측: 슈퍼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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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리 경제는 시계제로 상황 초입에 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트럼프 2기 정부 때는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우선주의 기조가 1기 때보다 더 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출 중심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됐단 진단이다.

나흘째 급락세를 지속했던 지난 11월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민간 소비 둔화 우려

환율 불확실성 증폭

우선 경제성장률의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관세 전쟁’이 세계로 확산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많게는 1.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편 관세 시나리오별 분석에 관한 ‘트럼프노믹스 2.0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담았다. 최악의 경우 2025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듯싶다.

2025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지표는 민간 소비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4년 11월 7일 KDI도 ‘중장기 민간 소비 증가세 둔화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민간 소비 성장세가 1%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설비투자의 경우 2025년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장 낮게 본 KDI가 3.2%, 가장 높게 본 한국은행은 4.3%를 내다본다. 건설투자는 2025년에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투자 부진은 2024년 내내 내수 회복 발목을 잡았다. 0.8%를 점친 현대경제연구원을 제외하고 모든 기관이 2024년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진단한다. 건설투자는 2025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우리 경제 핵심 변수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박사는 “연준 정책과 국내 원화 경제 체질에 따른 변동성 양상을 반영하며 1350원을 웃도는 흐름에서 움직임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는다. 트럼프가 몰고 온 환율 변화는 우리 경상수지와 물가에도 부정적인 연쇄 작용을 미친다. 당장 한국은행은 2024년 9월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멈추지 않을까 우려한다.

또,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에 영향을 끼쳐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한국은 원유와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만큼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유독 크다. 다만, 1400원 선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직접적으로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 달리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한국 수출 경쟁력이 환율을 반영한 가격보단 품질 중심으로 체질 개선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덕분이다.

2025년 국내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금융 안정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향후 금리 인하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글로벌 경제·금융 시장 영향, 미국 경기 여건과 연준 금리 인하 속도, 중동 분쟁 등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글로벌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과 이익 증가가 키워드

에너지·소재·헬스케어·IT ‘맑음’

2024년 국내 주식 시장은 여느 때보다 투자 난도가 높았다. 지난 11월 12일 코스피지수는 2500선이 무너졌다. 8월 블랙먼데이(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11월 1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8.97% 하락해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하락폭이 컸다. 시가총액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 하락률은 -10.94%, 코스피100 하락률은 -11%로 더 부진했다. AI 투자 열풍, 미국 기준금리 인하,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등으로 세계 주식 시장이 일제히 상승세를 탄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럼에도 ‘대예측 2025’에서 전문가들은 2025년 국내 자산 시장 투자를 주저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2025년 본격화하는 데다 향후 배당수익과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의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배당 관련 과세 혜택 부여는 투자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이라며 “결국 국내 주식 투자는 지수보다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년 밸류업과 이익 증가를 기대해볼 만한 업종으로는 에너지, 소재, 헬스케어, IT, 유틸리티 업종 등이 꼽혔다. 플랫폼, 콘텐츠, 게임, 조선 등의 업종도 저평가 산업 테마주로 관심을 둘 만하다. 은행, 증권, 보험, 자동차, 통신도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한편, 올 한 해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2025년 IPO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내년 IPO를 준비 중인 기업 가운데서도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는 대어급이 많다. SK에코플랜트와 LG CNS를 비롯해 CJ올리브영과 카카오모빌리티, SSG닷컴, 토스, 컬리 등 수조원의 시가총액이 점쳐지는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한다.

미국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2025년에도 나스닥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의 성장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빅테크는 아직 10년 이상 장기 성장하는 ‘세큘러 사이클’ 초입에 있다”며 “M7의 투자 매력은 향후 7~8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분산 투자 차원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보자. 박승진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 수석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이 변화하는 지금, 다양한 ETF를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시장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고금리 기조에 어려움을 겪었던, 즉 금리 하락이 직접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해외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J&J, 일라이릴리 등 미국 제약 기업들로 편입 대상을 제한하는 IHE나, 글로벌 상위 제약사에 집중하는 PPH가 추천 종목에 올랐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의 대표 글로벌 반도체 ETF인 SMH와 SOXX, 국내에서는 ‘KODEX 미국반도체MV’나 ‘ACE AI반도체포커스’ 같은 ETF가 추천 종목에 올랐다. KODEX 미국반도체MV는 SMH와 동일한 기초지수를 적용해 글로벌 반도체 테마에 집중한다.

한편, 2025 대예측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도 두루 담겼다. 매매 시장에서는 2025년에도 주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나마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 전문가가 많았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내집마련을 목표로 하는 실수요자라면 2025년 입주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지역에서 매매를 적극 검토해봄직하다”면서도 “2025년 입주는 상반기에 몰려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년에도 청약 시장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공급 부족 탓도 있지만 공사비까지 급등하는 분위기 속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예전 같지 않다. 특히 ‘방배포레스트자이’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래미안트리니원’ ‘잠실르엘’ 등 강남권 정비사업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청약 단지로 꼽혔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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