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짧은 활주로, 줄이지 못한 속도...안타까운 비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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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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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사진=연합뉴스)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비행기 기종 문제, 활주로 길이, 속도 감속 실패 등 추측이 나오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사안은 없다. 항공당국은 사안을 더 면밀히 들여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12월 29일 오전 9시 7분께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이 활주로를 벗어나 폭발하면서 승객 다수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목격자 진술과,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에 따르면, 조류충돌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해 엔진이 터진 해당 항공기는 랜딩 기어를 꺼내지 못하면서 랜딩 기어 없이 비행기 동체를 직접 땅에 닿는 비상 착륙인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엔진이 꺼진 비상상황 속, 기장은 최선을 다한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비행기 속도가 줄지 않으면서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항공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고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짧은 활주로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다. 인천공항(3700m), 김포공항(3600m)에 비해 짧다. 동체착륙이 나름 성공적이었던 상황에서, 활주로 길이가 충분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0년 인도 캘리컷 국제공항에서 에어인디아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비상착륙한 사고의 경우 비행기가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은 결과, 190명 중 172명이 생존하기도 했다.

다만, 짧은 활주로를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인천과 김포를 제외한 다른 지방공항 역시 활주로가 짧고, 국제선을 운영하는 일본 소도시 공항도 무안공항과 활주로 길이가 비슷하다. 활주로 길이는 안전보다는 주로 취항하는 기체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공항은 주로 협동체(작은 비행기) 비행기가 주력이기 때문에 활주로를 길게 만들지 않는다. 인천과 김포는 광동체(큰 비행기) 비행기까지 오가기 때문에 활주로를 길게 만든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 왔다”며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비행기 기종이나 정비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가 발생한 기종은 보잉 737-800이다. 최근 보잉사가 제조한 비행기는 세계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잉사의 신인도가 크게 하락했다. 또, 비행기 운영사인 제주항공은 과거 블라인드 등에서 정비가 열악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의 경우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단지 기종과 정비문제로는 단정 짓기는 한계가 있다.

가장 유력한 원인은, 동체 착륙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결국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는 추측이다. 속도를 줄여주는 플랩(공기 저항을 늘려 속도를 늦추는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가 줄지 않으면 활주로가 길어도 한계가 있다. 유력한 추측이지만, 이 역시 블랙박스 등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 역시 ‘정밀한 검사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종완 실장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랜딩기어 오작동 등 여러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히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주 실장은 또 사고 여객기가 과거 기체손상 이력이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사해 볼 계획”이라며 “항공안전법에 따른 주기들을 철저히 지켰는지 짚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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