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푸념은 곧 사라질까. 빽빽한 주차장 너머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14단지를 최고 49층, 5181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이 최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것. 애초 정비계획안 공람 공고 당시 계획했던 최고 층수는 60층이었지만 신속통합기획 자문 회의 결과 등을 반영해 최고 층수를 49층 이하로 조정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4단지는 추석 이후로 매수세가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0~11월에도 전용 109㎡ 2채가 21억9000만원(각각 13층)에 연달아 사고팔렸다”고 전했다.
서울 대표 학군지 중 하나인 목동 일대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4단지 모두 안전진단을 통과한 가운데 6단지가 처음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8·12·13단지도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으로 인허가에 첫발을 뗐다. 이들 단지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받은 4·10단지도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까지 목동1~14단지 중 절반이 재건축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3단지도 최근 종상향 문제를 공식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단지별로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985~1988년 지어진 목동신시가지는 현재 1~14단지 총 392개동, 총 2만662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 막혀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올 초 11단지를 끝으로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하면서 목동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지금이야 단지가 노후화했지만 목동은 재건축 기대감이 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을 마치면 기존 2만6500여가구 규모 주거지가 총 5만3000여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여기에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 등 우수 학군과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대치동, 중계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지인 데다 신시가지 단지들 대부분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은 높은 편이라, 서울에 남은 재건축 지역 중에서도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무려 9개 단지가 신탁 방식 재건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심의를 통과한 단지 중에선 13단지(대신자산신탁)와 14단지(KB부동산신탁)가, 심의를 앞둔 10단지(한국토지신탁)도 신탁 방식이다. 이외에 1·2·5·9·10·11단지 등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 대신 사업 시행을 맡아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보다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조합과 시공사 혹은 조합 내분에 따른 공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취지대로 신탁 방식 재건축 단지가 속도를 낼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를 필두로 조합 방식이 선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조합 vs 신탁 방식 나뉘어 진행
목동신시가지 중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지난 8월 16일에 정비계획·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끝마쳤다. 현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하는 ‘조합직접설립’ 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과정을 생략하면 총 6년가량 소요되는 조합설립 기간을 2~3년으로 줄이고, 추진위 구성·운영에 드는 비용도 수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6단지는 용적률 299.87%를 적용해 최고 49층 규모 15개동, 2173가구 대단지로 신축한다는 그림을 그린다.
나머지 13개 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자문이 진행 중이다. 이 중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마친 건 14단지(지난 11월)와 8·12·13단지(지난 12월 16일)다. 양천구는 나머지 단지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를 열고 재건축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4·5·7·10단지는 자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안전진단 통과가 늦었던 9단지도 신속통합기획에 올라탔다.
최근 소식을 전한 8·12·13단지는 이번 심의 때 제시된 수정 의견을 반영해 서울시에 제출하면 최종 고시가 이뤄진다. 이어 조합이 설립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8단지는 기존 15층, 1352가구를 최고 49층, 1881가구(공공임대 293가구)로 신축한다. 서정초, 진명여고, 양천공원과 인접해 있다. 서울시는 서정초와 가까운 곳에 어린이공원을 두고 단지 동쪽에는 개방형 커뮤니티를 설치해 단지 주변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체 가구 가운데 전용 54㎡ 소형 면적이 834가구로 많고 용적률이 156%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재건축에 착수할 경우 분담금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커서다.
12단지는 최고 43층 이하, 2810가구(공공임대 367가구)로 재건축된다. 13단지는 최고 49층 이하, 3811가구(공공임대 57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두 단지 모두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과 신정차량기지가 남쪽에 인접해 있다. 12단지 현재 용적률은 119%로 낮은 데 반해 13단지는 161.25%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1·2·3단지는 종상향 문제를 지난 11월 말 공식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20년 숙원을 풀었다. 기부채납 대신 목동4단지를 포함해 도심 속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층수 제한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런 내용을 담아 수정가결된 ‘서울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에 따르면 그동안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던 1~3단지 용도지역을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리는 대신 개방형 녹지(목동그린웨이)를 조성하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이번 종상향이 호재인 이유는 2종일반주거지역은 15층 이하로 높이가 제한되지만 3종일반주거지역은 주택을 지을 때 층수 제한이 없어서다. 목동 14개 단지의 재건축이 모두 확정된 가운데 걸림돌로 꼽히던 1~3단지의 종상향 논란까지 해결되면서 목동 일대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커졌다.
최근 서울 주택 시장이 위축돼 있는데도 목동은 재건축 기대감 덕분에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12월 25일까지 목동신시가지에서 총 26건의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지난 12월 16일, 목동1단지 전용 65㎡는 18억5000만원(12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2단지 전용 144㎡는 지난 11월 21일 2주 만에 1억원 올라 30억원(6층)에, 5단지 전용 143㎡는 지난 11월 33억원(3층)에 주인이 바뀌었다. 목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쉽지 않은데도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대출 규제 여파로 한동안 매수세가 잦아들었는데 최근 신시가지 전체적으로 거래가 회복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