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개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TV(CCTV)에는 전자개표기를 다시 돌리기 전에 작성한 개표 상황표를 찢는 장면도 나온다. 또 당시 서울 성북구 개표소에서는 전자개표기가 1810표를 1680표로 인식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선관위에서는 비례대표 관내 사전투표 선거인 수가 4674명인데 실제 투표자는 4684명으로 10표가 더 많이 나왔다. 이번에 국정원은 전자개표기를 시연하면서 “예컨대 계룡산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분류된 게 한라산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변경 가능했다”고 했다. 총선이 끝난 지 3년 6개월 만에 국가 기관이 그간 제기된 의혹을 어느 정도 확인해 준 셈이다.
이번 보안점검 결과 발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한 줄로만 알았던 투·개표 과정이 무척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기 때문이다. 사실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을 제대로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기계로 개표하니까 오류가 없을 것”이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선관위도 “돈 세는 장비처럼 단순히 표를 세는 기계”라며 전자개표기 실체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운영 매뉴얼 등에 따르면 노트북 컴퓨터와 한 몸으로 설계된 전자개표기는 분당 340장의 빠른 속도로 투표지를 처리한다. 통신 기능도 갖추고 있다. 투표지 분류 결과는 설치된 프로그램에 따라 저장할 수 있다. 또 사전투표에서는 몇몇 장비가 별도로 동원된다.
이번 국정원 발표로 투·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이 확인된 이상 2020년 총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 뿌리인 선거가 바로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