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견 아니냐고? 관련 연구가 제법 있다. 8년 전 ‘위기관리 시 대통령의 사과 유형에 관한 연구’(이정진)란 논문에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대통령은 사태가 심각해도 위기의 본질이 자신과 측근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때는 유사(類似) 사과를 선택하려 하고, 지지도가 높은 때보다는 지지도가 낮고 여론의 비난이 심할 때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사과가 사안의 성격과 상황, 지지율의 함수일 수 있다는 얘기다.
DJ는 2002년 두 아들(홍업·홍걸)의 금품수수 의혹이 터져나오자 1차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다. 혐의가 짙어지자 2차로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독하는 사과문을 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구가 있었다. 둘 다 구속된 후엔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을 통절하게 느낀다”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부끄럽고 죄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56일간 세 차례 고개를 숙인 셈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MB(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용서를 구한 일이 있었다. 사실상 대선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만 임기 말 측근 비리에도 버텼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의 문턱에 서 있다. 지난해 11월 말 첫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침묵(내지 방치) 속에서 퍼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 대통령과 여권 2인자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이 주저하는 사이 김 여사의 처신 문제였던 게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또는 판단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 국민을 가장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느라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지지율이 내려갔고, ‘설명’이면 됐던 사안이 사과해야 할, 어쩌면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의 책임이다.
다시 오인환의 글이다. “아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YS는 가족들과도 편치 않은 입장이 됐다. (중략) 고뇌 속에 YS는 별건 수사 시비에 상관없이 아들을 구속해 법정에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냉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9단의 YS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고, 그래야 하는 자리다. 모두 윤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