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4·10 총선이 끝난 뒤 여야 가리지 않고 수사의 고삐를 조였다.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술판 회유’ 주장에 이 총장이 직접 “법망을 찢으려는 시도”라 공격했고, 타이이스타젯 의혹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금전 거래 정황을 추적하며 속도를 높였다. 한편으론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사를 인력 보강과 함께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개시됐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장은 넉 달 남은 임기 안에 이재명·조국·문재인 관련 의혹 수사의 성과를 굳히는 한편, 야당의 공세가 거센 김 여사 의혹 수사도 깨끗이 매듭짓고 물러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여당 의석이 112석에서 108석으로 줄어드는 22대 국회에선 야당의 특검 공세가 더욱 거세질 상황도 의식해야 했을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 불기소 전망이 우세하다. 명품백 사건은 김 여사를 벌할 조항이 청탁금지법에 없다. 백을 들이댄 목사가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기에 김 여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법적으로 문제될 여지가 박약하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야권은 ‘김 여사 모녀의 23억원 수익’설을 주장하지만, 계좌를 빌려줬던 인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정황을 보면 혐의를 구성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문재인 검찰은 진작 김 여사를 기소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권에선 검찰의 김 여사 수사가 윤석열 정부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여사 관련 논란을 털어내 특검을 차단하고, 야권을 역공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굳이 용산은 수사가 개시되자마자 검찰 라인을 교체해 민주당의 전유물이던 ‘방탄 의혹’을 스스로 뒤집어썼다. 용산 안팎에서 “검찰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 수사는 소극적이면서 김 여사만 두들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해괴하다. 검찰은 지난 2년간 민주당을 역대 어느 검찰보다 매섭게 수사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부터 대장동·백현동·성남FC 게이트 및 위증교사,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삼중으로 받게 하지 않았나. 부인 김혜경 씨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측근인 이화영·정진상·김용도 대북 송금·불법 자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 또 ‘돈 봉투’ 혐의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 의원을 구속기소 했고 이성만·임종성·허종식 의원을 줄기소했다. 기동민·이수진 의원을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했고, 임종성 의원을 억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노영민·정의용·서훈·박지원 등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도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 등과 관련, 기소해 법정에 세운 상태다. 타이이스타젯 사건 역시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 씨의 벼락출세식 취업과 이상직 전 의원의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실적은 싹 가린 채 검찰이 김 여사에게만 칼을 겨눈다는 괴담이 용산 안팎에 도는 건 수사에 흠집을 내 주저앉히려는 술수란 비난을 사기 딱 알맞다.
공은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넘겨졌다. 그는 전주지검장 시절 타이이스타젯 수사에 성과를 낸 주역이다. 문 전 대통령 전 사위만 3번을 소환했다. 그런 그가 김 여사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될 것”이라 했으니, 국민이 납득할 결과가 기대된다. 그러려면 김 여사 조사가 불가피한데, 본인이 직접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게 바람직하다. 사건의 본질이 법 이전에 정치이기 때문이다. 검찰 출석을 계기로 김 여사가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전말을 설명하고 사과한다면 민심의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려면 용산의 대승적인 수사 협조가 절실하다.